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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뭐 하나 예쁜 구석이 없었다
런던은 첫인상부터 시작해 일관성 있게 나를 실망시켰다. 처음엔 당황하게 만들고 그 다음은 짜증나게 했고 마지막엔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영국 런던에 머문 시간은 일주일이었지만 참 알차게도 갖가지 악몽을 나에게 선사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9시 13분 출발한 유로스타 기차는 10시 34분 런던에 도착했다. 유로스타는 꽤 쾌적했다. 파리에서 런던까지 두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1년 6월이었다. 특이했던 건, 기차를 타기 전에 출입국심사를 했다. 유럽에 처음 도착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여권에 입국심사 도장을 찍은 뒤 독일과 프랑스를 거치는 동안엔 출입국심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게 유럽의 힘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영국은 셍겐조약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입국 절차를 따로 해야 했다..
2025.11.02 20:56 -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 "처음부터 홍명보 뽑았으면 아무일 없었잖아"
홍명보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여러 차례 규정을 위반했다. 축구협회를 감사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렇게 결론내렸다. 문체부가 10월 2일 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감사 중간발표에서 밝힌 규정 위반의 핵심은 정몽규(축구협회 회장)의 ‘부당한’ 지시와 이임생(기술총괄이사)의 ‘권한 밖’ 감독 선임절차 진행으로 정리할 수 있다.하나씩 따져보자. 정몽규가 했다는 부당한 지시는 무엇일까.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는 10회에 걸친 회의를 거쳐 홍명보를 1순위로 한 최종 후보 세 명을 추린 뒤 차례대로 협상하겠다고 정몽규에게 보고했다. 당시 국민 여론은 외국인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였는지 정몽규는 ‘유럽에 가서 2~3순위인 외국인 후..
2024.10.04 01:50 -
"선언적 규정"이라며 법 안지키는 기획재정부
국가재정법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법은 국가의 예산·기금·결산·성과관리 및 국가채무 등 재정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며 투명한 재정운용과 건전재정의 기틀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효율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며 투명한 재정운용, 그리고 건전재정. 여기에 주목한다면 걷지도 않고 깍아주는 조세감면(조세지출이라고도 한다)에 대해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가는 분명해 보인다. 국가재정의 기본법이라 할 국가재정법을 제정할 당시 한나라당도 찬성했고 당시 법 제정에 상당히 관여했을 사람들도 지금 기획재정부에 많이들 있을 테니까. 케인즈주의는 필요하다면 재정지출을 위해 재정적자도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보수주의는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것을 중시해 과도한 재정지출도 비판한다는..
2008.12.03 19:44 -
평발에 짝발 이봉주, 그를 마라톤 우승으로 이끈 세 가지 원칙은
“규칙의 힘을 믿어라. 페이스메이커를 곁에 둬라. 데드포인트를 즐겨라.” 이봉주가 마라톤 선수일 때만 해도 솔직히 그를 잘 알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딸 때 나는 군대에 있었고 1998년 방콕과 2002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거기다 2001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을 했을 때는 뉴스 자체를 거의 안 보고 공부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냥 이봉주라는 마라톤 선수가 있는데 별명이 봉달이다, 딱 그 정도였다. 한참 시간이 흘러 그가 희귀병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오히려 이봉주가 한국 마라톤에서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알게 됐다. 지난해 9월 우연찮은 기회로 이봉주가 어느 조찬모임 특별 강사로 나와서 ‘봉달이의 인생 완주법’을 강연하는 걸 들을 기회를 얻게 됐다. 이 자리..
2025.11.16 20:29 -
촌철살인 시사만평에 담긴 땀과 눈물...권범철 화백 이야기
한겨레신문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한겨레 만평’이다. 하루 동안 있었던 각종 사건사고에서 추려낸 주제를 네모 안에 펼쳐 보이는데 눈길을 주고 1초 안에 빵 터지는 게 매력이다. 그 만평을 그리는 주인공이 화백 권범철이다.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월례포럼에 초청강사로 온 권범철을 만났다. 그는 '공론장과 시사만화'라는 발표를 통해 자신이 시사만화가가 된 계기로 시작해 오랜 기간 시사만화를 그리면서 느꼈던 시대변화, 그리고 시사만화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시사만화가 직면한 도전’을 듣다보면 그것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도전’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권범철은 시사만화계에서 막내다. 정식으로 만화를 공부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색맹까진 아니어도 색약이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
2025.06.27 19:45 -
방탄소년단 7명 중 3명 품은 육군 제5사단은 어떤 곳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 소속 지민과 정국이 12월 12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제5보병사단에 입대했다. 이들은 2025년 6월 전역한다. 5사단은 진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중인 곳이라 5사단에 7명 가운데 3명이 모이게 됐다. 자연스럽게 제5보병사단도 덩달아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5사단은 강원 철원군에서 경기 동두천시와 의정부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3번국도 방어를 핵심임무로 하는 육군 제5군단 예하 부대다. 중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다 보니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사단 문양은 숫자 5를 형상화한 열쇠 모양이어서 부대 별칭도 ‘열쇠 부대’이지만 장병들끼리는 휠체어를 닮았다고 해서 ‘휠체어 부대’라고 ..
2023.12.17 09:00 -
우물 안 한국,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 넘쳐난다
오는 26일 시작되는 메카 성지순례를 앞두고 벌써부터 무슬림 수백만명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메카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무슬림들에게 메카 성지순례는 일생에 한 번은 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라고 하네요. 앗 살람 알라이쿰. 메카 성지순례를 가리키는 말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wiki/%ED%95%98%EC%A6%88)에는 “하즈(아랍어: حج)는 메카의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일로 모든 이슬람 교도에게 부과된 기본적인 종교 의무 중 하나이다. 정규적인 순례를 마친 자를 '하지'(الحجّي)라고 부른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자료나 국내언론보도에는 ‘하지’라고 돼 있네요. 어느 쪽이 맞는 걸까요?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
2009.11.18 18:08 -
정수빈, 알바 갔다 깨달은 당구는 내 운명
통계학 전공 금융권 취업 목표였던… 당구 입문 4년 늦깎이 정수빈자타공인 여자프로당구(LPBA) 최강자는 김가영(42)이다. 최근 제주에서 끝난 LPBA 월드챔피언십 2025에선 김가영이 7개 대회 연속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한 것보다 그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져 38연승 행진이 깨진 게 오히려 뉴스가 됐을 정도다. 다만, 김가영이 이미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은 터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던 그 경기를 빼면 가장 최근 그를 제대로 이겨본 건 정수빈(25)이다. 지난해 7월 2024~25 LPBA 챔피언십 2차 투어 64강전에서 김가영에 역전승을 거뒀다. 정수빈이 김가영의 뒤를 이을 ‘차세대 퀸’으로 꼽히는 이유다. ●친구 대신 일하러 들렀다가 시작정수빈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경기 ..
2025.04.01 08:15 -
'닥공' 부활 선언한 거스 포옛 전북현대 감독
2025시즌을 시작하는 프로축구 K리그1에서 가장 큰 주목받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전북 현대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거스 포옛이다. K리그 역대 최고 이름값을 지난 그가 전북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축구를 보여줄까.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체질개선·위닝 맨탈리티·시스템’ 강조전북 팬들에게 자신의 축구를 보여줄 데뷔전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T) 16강전 포트FC 원정경기를 하루 앞둔 포옛은 12일 서면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체력, 태도, 몸 상태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경기를 준비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출전할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포옛은 지난 시즌 리그 10위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굴욕을 겪었던 전북이 명예회복을 위해 내놓은 비장의 무기다. 잉글랜..
2025.02.16 10:43 -
35년 짬밥 육군 원사, 인권운동가로 인생2막 도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사관으로 입대해 35년을 직업군인으로 살았다. 전역식까지 치른 예비역 육군 원사는 인생2막으로 인권운동가를 선택했다. 기업 두 곳에서 관리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도 거부하고 경기도 양주시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을 다녀야 하는 버거운 출퇴근 속에서도 조용철 인권연대 연구원(이하 직함 생략) 28일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전직 육군 원사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용철이 군대에 들어간 건 1987년이었다. 그는 “가난한 집안형편에 전액 장학금도 주고 군대 취직도 시켜 준다니까 고등학교 3년간 군입대장학금을 받았다”면서 “육군 6군단 예하 포병대와 감찰부 등에서 35년 7개월을 복무했다”고 말했다. 직업군인과 인권단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사..
2022.03.30 10:24 -
사라지는 검찰을 위한… 축가
생로병사라는 게 사람한테만 있는 건 아니다. 국가 역시 태어나고 낡아서 병들고 없어지는 운명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철밥통으로 생각하는 정부조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획재정부에는 물가정책과라는 부서가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물가 관리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국장급 부서였고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가진 실세 부서였다. 그러던 것이 경제규모가 커지고 물가관리에서 정부 역할이 축소되면서 지금은 과장급 부서로 줄어들었다. 경제개발을 주도하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던 경제기획원은 아예 간판을 내린 뒤 재무부에 흡수통합됐다. 애초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정부조직도 있겠고 축복 속에 태어나 기대를 모았지만, 속만 썩이는 조직도 없지 않다.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인 이북5도위원회를 보자. 이런 곳..
2025.11.12 18:58 -
15세기에 3만명 이끌고 탐험길, 정화 남해원정을 아십니까
최근 중국 정부가 케냐 앞바다에서 15세기 명나라 환관 정화가 이끌었던 원정대 함선을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거기가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명분으로 중국 해군이 아프리카 유역까지 진출하기도 했지요. 이래저래 중국 해양진출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중국 해양진출 관련 소식은 명나라 당시 정화가 이끌었던 남해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토요일자 신문이라 그래픽을 최대한 시원스레 뽑아서 기획기사를 써 봤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서 역사적 흐름을 다시 짚었고요. 오랜만에 역사이야기로 글을 쓰니 감회가 새롭군요. 색목인(色目人) 출신 무슬림으로 명나라 초엽 환관이 됐던 정화를 사령관으로 하는 명나라 함대는 28년동안7차례 대항해에 나섰다. 매번 2만 7000여..
2010.08.03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