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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터널 대피시설 부실… 재난 ‘무방비’

취재뒷얘기

by betulo 2008. 12. 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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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장흥터널(경기 양주시 장흥면)이 개통된 이후 당신이 터널을 지날 때 화재사고가 난다고 가정해보죠. 당신은 살기 위해 터널 반대편까지 뛰는 것 말고 다른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흥터널은 길이가 2km나 됩니다. 당신은 250m 간격마다 설치한다는 대인용 피난연락갱을 찾겠지만 그런 건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터널공사를 하면서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습니다. 화재사고라도 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전기준에 맞게 안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피난연락갱 48억 4500만원, 제트팬 25억 6200만원, 연계작동 방재설비 16억 1800만원 등 90억원 가량 추가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합하면 약 90억원입니다. 역시 예산이 문제인건가요?


예산안심사가 한창입니다. 너무 열심히 예산안심사하느라 헌법이 정한 시일까지 어겨가며, 변명 한마디 할 겨를도 없답니다. 잠시 짬을 내서 국회가 이런 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산이 없어서 안전기준 제대로 못 맞췄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시공중인 터널 7곳이 화재발생시 유독가스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하기 위한 대인용·차량용 피난연락갱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6곳은 대인용 피난연락갱을 아예 하나도 설치하지 않을 예정이다. 감사원은 27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기관운영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화재 등에 안전하도록 규정에 맞게 방재시설 설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이 터널들은 길이가 평균 1453m이고 가장 긴 곳은 2km가 넘는 터널들이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곳들이다. 정부는 2003년 발생한 홍지문 터널 화재사고를 계기로 2004년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지침’을 제정해 길이 500m 이상 터널에 250m 이하 간격으로 대인용 피난연락갱을 설치(대인용 3곳마다 차량용 설치)하도록 했다. 또 터널에서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나 연기를 터널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제연설비(제트팬)는 예비용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흥터널은 대인용 6개와 차량용 2개가 필요하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차량용만 설치하고 대인용은 하나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심지어 부용터널(대인용 1개,차량용 1개 필요)과 곤지암4터널(대인용 2개,차량용 1개 필요)은 대인용과 차량용 모두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밖에 장흥터널, 중원터널, 대쌍터널, 곤지암3터널, 정개터널 등은 제연설비(제트팬)가 기준보다 부족하게 설계됐다. 곤지암3터널의 경우 상·하행선을 합쳐 상시용 10개와 예비용 4개 등 총 14개의 제트팬이 필요한데도 상시용 8개만 설치할 예정으로 드러났다. 중원터널, 곤지암3터널, 정개터널 등은 연계작동 방재설비인 옥내 소화전과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연결송수관을 두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연결송수관과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터널들은 ‘토로터널 방재시설 설치지침’ 제정 당시 이미 설계용역을 시행중이었기 때문에 규정위반은 아니다.”면서도 “완공하고 나서 추가 공사를 하면 터널붕괴 등 사고 위험성도 높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설치지침에 맞도록 계획을 변경해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통보 배경을 설명했다. 감사원은 기준에 맞게 안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피난연락갱 48억 4500만원, 제트팬 25억 6200만원, 연계작동 방재설비 16억 1800만원 등 90억원 가량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신문 2008년 11월 28일자 15면에 실린 기사. 신문기사와 일부 수치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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