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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족의 든든한 벗, 국회 건교위

취재뒷얘기

by betulo 2007. 12. 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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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국회가 그 정도까지 엉망일 줄은 몰랐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국도건설 관련 예산추이를 살펴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국도건설은 교통시설개선특별회계, 그러니까 교특회계로 편성돼 있다. 정부는 당초 내년도 교특회계 국도건설 예산안으로 8641억원을 편성해서 국회에 제출했다. 건교위에서는 여기다 7686억원이나 더 많은 1조6327억원으로 증액하자고 예결위에 제출했다. 예결위는 예결위대로 정부안보다 1조 180억원이나 많은 1조 8821억원으로 증액하잖다. 물론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야하고 아직 확정된 액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국회가 예산심사를 통해 어떻게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는지 살펴보기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애초 국도건설 예산으로 분석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건설예산은 지역구 유지들인 건설업체나 이익단체 등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고 의원들에겐 총선용 표관리 수단이다.

이번 분석에 한계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이미 왠만큼 예산반영이 돼 있고 한나라당도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비교섭단체인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당에선 자기들만 도드라져 보인다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조금 전 민주당 모 의원 보좌관한테 항의전화 받았다.)

기획탐사부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놨다. 앞으로는 더 깊이있는, '탐사보도'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을만한 기획을 해보고 싶다.

관련 기사가 많아서 순서를 정하려 한다.

1. 총론. 국회 예결위 총선용 도로건설예산 1조원 증액요구
2. 의원별, 지역별, 정당별 분석 충남이 낙후지역? 도로건설예산 으뜸 요구 류근찬 의원
3. 진보정당이 이러면 안되지. 민노당마저 총선용 도로건설에 발벗고 나서
4. 국회 건교위 행태

예산심사는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어깨에 얼마나 무거운 짐이 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그럼 사표 쓰고 그만 두던가.

자기 지역구 국도건설 예산 늘리기는 해당 상임위원회인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이미 예견됐다.

서울신문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분석 결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 중 국도 관련 예산은 117개 사업 8641억원이었지만 국회 건설교통위원회(건교위) 예비심사에서만 당초 건설교통부에서 상정한 예산안의 88.9%에 해당되는 액수인 7686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건교위 소속 의원들이 증액시킨 예산만 총 48개 사업 2954억원이다.

건교위 소속 한 의원은 “건교위는 관례적으로 의원 개개인이 증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한다.”면서 “지역구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건교위에 전달하면 어느 정도 반영이 된다.”고 밝혔다. 건교위에서 증액을 요구하더라도 예결위에서 모두 반영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건교위 의원들은 일단 증액요구를 많이 해놓은 뒤 “자신이 노력해서 예산증액을 많이 했다.”고 홍보를 하기도 한다.

●건교위에서도 치열한 지역 챙기기

건교위에서 가장 많은 예산증액을 요구한 의원은 전남 여수 지역 도로건설 7개 사업에 대해 720억원의 증액을 요구한 대통합민주신당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이었다. 다음으로 많은 지역은 경남 진주, 경북 고령·성주, 충남 공주·연기군으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시을),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경북 고령·성주군),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연기군) 등이었다.

건교위 소속 의원들이 증액시킨 사업 중 10개는 신규 사업으로 당초 건교부에서 요청하거나 검토되지 않은 사업들이다. 이밖에도 정부에서도 예산을 신청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조속한 사업 시행’ 또는 ‘원활한 사업 집행’ 등을 이유로 21개의 사업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런 식으로 증액된 예산만 총 436억원이다.

심지어 충북 영동 지역의 ‘영동-용산 국도 건설’ 사업은 이미 2007년도 예산안 검토 과정에서 기획예산처가 사업 타당성이 없다며 사업추진 중단을 밝혔지만 건교위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이용희 의원(충북 영동)이 또다시 예산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과 공조체계 구축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 챙기기를 위해 자기 지역과 긴밀하게 협의를 벌인다.

전북도청은 예산담당자 2명을 지난달 8일부터 서울에 파견해 전북 지역 의원들을 통해 예산 증액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전북지역 사업 중 삭감 의견이 나오는지 동향을 수시로 파악해 지역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삭감이 안되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도내 출신 의원을 통해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증액 필요성을 정부에 질의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2007년 11월30일 2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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