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상승했다. 전년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6년 8월 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에선 일부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한파 등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축산물 가력하락 등으로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음식·숙박 등 외식물가 상승세였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대폭 인상되면서 외식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년 수준에 그쳤다. 1월 외식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8%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2.7% 상승에 비해 0.1% 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1월에 전년동월대비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높을수도 있지만 2016년 1월에도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했다는 걸 감안하면 최저임금 때문에 외식물가가 올랐다고 볼 근거는 희박한 셈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1991년 18.8%, 2001년 16.6%, 2002년 12.6%, 2005년 13.1%, 2007년 12.3% 등 최저임금을 두자리 이상으로 올린 전후로 외식물가 변화 추이를 보면 0.1% 포인트 감소에서 0.2% 포인트 상승에 머물렀다. 가장 최근인 2007년 1월에도 외식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0%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생산자물가가 지난해 플러스로 돌아섰고 최근 소비가 회복세라는 점, 그리고 식재료비 추이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리한 지난해 기준 외식업 비용구성을 보더라도 식재료비는 30.7%로 인건비(25.2%)보다도 비중이 더 크다.
이주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지 1개월밖에 안됐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최저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소비자 물가는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설 명절과 평창동계올림픽,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한 인플레이션 심리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통계청 발표를 보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는 안정세였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9% 상승해 2016년 8월(-0.2%)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특히 식품 상승률은 0.4%로 2014년 9월(0.3%) 이후 4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6% 하락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물가상승률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1%로 1999년 12월(0.5%) 이후 가장 낮았다.
이런 내림세는 작년 1월 기록적으로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기저효과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재배면적 증가나 김장철 가격 하락 영향도 있지만, 작년이 워낙 높았기에 1년 전과 비교하는 물가 상승률의 특성상 착시의 일종인 기저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가령 작년 1월은 조류 인플루엔자(AI) 탓에 달걀값은 전년보다 61.9% 뛰었다. 무(113.0%), 배추(78.8%), 당근(125.3%)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