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을 딱 한 번 먹어봤다. 어디였더라. 언제였더라. 아무튼 딱 한 번 먹었다. 두리안을 먹을까 말까 3분쯤 고민하다 눈 딱 감고 한 입 먹었는데 3초만에 뱉어버렸다. 입 안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내 뇌를 더럽히는 느낌이었다. 두리안씨 제발 이러지 마세요. 내 뇌는 소중하잖아요.
두리안 좋아하는 분들 취향 존중합니다. 좋아한다는 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런데 말입니다. 어쨌든 나는 도저히 두리안을 먹을 수가 없었다. 두리안. 싫다 싫어. 맛을 떠올리는 것도 싫고 그 때 그 식감을 되새기는 것도 싫다. 결정적으로, 그 때 그 냄새가 다시 떠오른다. 이런 젠장. 두리안 냄새와 식감이 다시 기억나고 말았다.
나는 왜 이리도 두리안을 싫어할까. 냄새도 냄새지만 역시 식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유독 싫어하는 음식이 있었으니, 공통점은 '물컹물컹'한 식감이었다. 지금도 비계나 내장 종류를 싫어한다. 젓갈도 입에 대지 않는다. 홍어도 꺼리는데 식감 때문이다. 그런데 두리안 식감이 딱 그랬다. 거기다 냄새까지 거시기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물론 사람 식감이라는 게 일관성이 없다. 물컹거리는 건 싫어한다면서 홍시는 좋아하고, 굴국밥이나 생굴은 좋아한다. 그러면서 굴젓갈은 또 싫어한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어릴때는 김치에 들어가는 굴을 안 먹으려고 김치 속을 뒤지다가 혼난 적도 많았다.
패착이다. 두리안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다. 약간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다. 블로그 초기화면에 두리안 사진이 보란듯이 있는 것도 괴롭다. 해결방법은 딱 하나. 글 열심히 써서 두리안 사진이 뒤로 밀리게 해야 한다. 요새 블로그 글쓰기 제대로 하지 않았던 업보인 것인가.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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