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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평화운동가 무토 이치요 인터뷰 (2004.6.18)

한반도-동아시아

by betulo 2007. 3.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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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과 자위대 파병은 미래 역사적 짐될 것"
일본 평화운동가 무토 이치요
“일본 보수우익은 올드콘(Old-Cons)”
2004/6/18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자위대 파병은 일본 시민사회운동의 가장 큰 현안이다. 지금 일본은 평화헌법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 일본정부는 평화헌법이 있는데도 유사법제를 제정하고 자위대를 파병한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번 세계경제포럼 반대투쟁과 아시아민중사회운동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의 대표적인 평화운동가 무토 이치요 민중계획연구소(PPSG) 대표(아래사진). 그는 한국군 파병과 자위대 파병을 강하게 비판하며 “파병은 한일 양국 민중에게 커다란 역사적 짐을 지우게 될 것이며 미국의 굴레만 두꺼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토 대표는 “평화재건을 위해 한국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주장을 의식한 듯 “일본 우익은 전쟁에 나가는 게 아니라 불쌍한 나라를 원조하고 재건을 도우러 간다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재건은 이라크 민간사업자를 통할 수 있는데도 미국과 일본 모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라크파병은 전후 일본의 금기를 깨고 어느 곳이든 당당하게 군대를 보내려는 우익의 계획에 첫단추를 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위대 파병은 고이즈미와 일본정치구조, 우익의 숭미의식이라는 일본정치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보수우익은 미국에 충성한 댓가로 기득권누려

 

무토 대표는 “일본 우익보수가 오랫동안 득세한 일본 역사의 특수성도 눈여겨 볼 것”을 주문하면서 “내각과 자민당을 독점하는 보수우익세력은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에 충성을 바쳐 떡고물을 얻어먹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보수우익을 네오콘(Neo-Cons)라고 한다지만 일본 보수우익은 올드콘(Old-Cons)”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미국이 전후 평화헌법을 만들면서 군대를 폐지하고 무력침공을 금지시켰다. 웃기는 건 미국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은 그걸 지켜야 한다고 하고, 우익은 미국에 충성하면서 미국이 만든 헌법을 깨려고 한다는 거다.”

 

무토 대표는 “한반도 긴장이 자위대 파병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익세력은 ‘보통국가’를 주장하면서 전시상황을 대비해 국토방위를 위한 군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꾸만 전시상황을 상상하는데 특히 ‘2차 한국전쟁’이라는 식으로 위기를 과장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략적으로 아주 민감한 지역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에게도 너무나 큰 희생이 따른다”며 “미국도 직접적인 전쟁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무토 대표는 “반전운동은 강한 정치적 대안세력과 조직력이 필요한 운동”이라며 “반전운동을 강력하게 펼치기엔 일본의 대안정치세력이 너무 약해졌다”고 아쉬워했다. “자민당과 공산당․사민당 대립을 축으로 하는 1955년 체제는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사민당은 힘을 잃어버렸고 노동운동도 동력을 상실했다. 안타깝게도 사회운동이 의회에 영향을 미치던 매커니즘이 깨져버렸다.” 그는 “한국은 그런 부분이 살아있다”며 “특히 한국운동은 탄핵반대운동에서 보듯 아주 빠른 시일에 대규모 대중동원이 가능한 정치력이 있다”고 부러워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 재배치에 대해 “미국의 동북아전략, 특히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연관해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미군기지 재배치는 항상 2차대전 이후 미국 세계지배전략의 일부였으며 해외미군기지는 미국영토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 국방부는 ‘기술이 가장 발달한 폭력을 전세계 어디 곳이든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가’라는 ‘동원성’을 가장 중시한다”며 “이는 미국인들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무토는 끝으로 이번 세계경제포럼반대투쟁과 아시아민중사회운동회의에 대해 “더 큰 연대를 위한 디딤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시아 참가자가 생각보다 적어 아쉬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참여연대는 이번 투쟁에 동참하지 않은 것 같던데 의견대립이 있는건가?”라고 물으며 “한국운동은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 수백개가 넘는 단체들이 정치적 견해를 떠나 연대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이번엔 그게 잘 안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평화란 새로운 관계 만드는 것

 

무토는 민중계획연구소에 대해 “우리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그럼 누구를 위한 세계이고 어떻게 그런 세계를 만들것인가를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올해 72세인 무토는 1931년 일본이 만주침공하기 바로 며칠 전에 태어났다. 전쟁터였던 만주에서 자란 그는 1944년에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군 공습에 시달리던 도쿄로 이사왔다. 전쟁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란 셈이다. 그만큼 그는 평화와 평화운동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평화란 뭘까?”라고 기자에게 물은 뒤 “국제적이든 사회적이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평화”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6월 18일 오전 6시 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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