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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핵심은 고구려 아닌 간도영유권” (2004.10.14)

한반도-동아시아

by betulo 2007. 3.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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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핵심은 고구려 아닌 간도영유권”
[동북공정] 박선영 포항공대 교수 인터뷰
남북한·중국 머리 맞대는 공동 프로젝트 절실
과거 위한 과거 연구 ‘고구려연구재단’은 동북공정 대안 못돼
2004/10/14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냄비언론’ 고구려 집착 말고 한중변경문제 비중 둬야


“중국만의 동북공정, 한국만의 동북공정은 동북아 평화에 해가 될 뿐이다. 동아시아의 핵심지역인 동북지역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중국 공동의 동북공정을 시작해야 한다.”

 

박선영 포항공대 교수는 동북공정의 목적으로 △한반도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소수민족 원심력 차단 △동북 위상변화에 대한 대응 등으로 정리한 뒤 “동북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서 근현대 분쟁의 요람이었다”는 말로 동북공정의 “필연적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동북지역은 동아시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동(同)이 아닌 화(和)를 위해 남북한과 중국이 사심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특히 “중국은 실용적인 미래전략을 위해 과거를 연구하는데 반해 한국은 명분만 집착해 과거를 위한 과거연구에 매달리고 있다”며 “고구려연구재단은 절대로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실정치 기반 사업

 

-지난해부터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왜곡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동북공정은 동북지역과 관련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종합하는 일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에서 주관하는데 2002년 2월부터 향후 5년간 동북공정을 시작했다. 정확한 이름은 ‘동북변강의 역사와 그에 따른 현상들을 연구하는 프로젝트(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다. 중국 당국은 이를 위해 약22억원을 투입했다.

 

동북공정을 자료에 기초해 말한다면, 기초연구, 응용연구, 사료정리, 번역으로 나뉜다. 번역은 주로 한국에서 나온 자료를 대상으로 한다. 기초연구 15개 과제 가운데 9개 과제가 변경문제, 특히 한중 변경문제를 다룬다. 여기에는 변경통치, 인구, 관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고구려 관련과제는 2개에 불과하다.

 

비공개로 되어 있는 응용연구 8개 과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중국 당국은 이미 1992년부터 길림성변경지구의 안정에 대해 연구한 보고서를 냈으며 1997년에는 한반도 정세변화가 동북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사료정리에는 4개 당안관(기록보존소)이 참여하고 있는데 북경제1당안관,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당안관이 그것이다. 북경제1당안관은 명청 시대 자료가 있고 나머지는 근현대 자료가 집중돼 있는 곳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벌이는 목적은 무엇일까.

 

△중국인 자신들은 명확하게 동북공정을 벌이는 이유를 밝혔다. 그 내용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봤을 때 동북아 관계를 둘러싼 다자간․쌍방 관계 변화가 동북공정을 시작하게 된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정세가 재편되면서 동북의 위상이 중요해졌던 것이다. 동북공정은 중국 입장에서는 필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냉전 이후 국민통합 이데올로기로 민족주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티벳이나 위구르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중국 당국에게 변경안정과 소수민족문제는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조선족 문제는 근현대의 산물이고 한국과 북한이라는 모국이 건재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민족단합과 국가통일을 전략적으로 그리고 학술이론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순수 학술연구라고 할 수 있겠느냐. 동북공정은 과거사 정리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연구다. 지극히 현실정치에 기반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언론, 학계, 정부 모두 중심을 잡아야

 

-한중 변경 문제, 즉 간도문제가 동북공정의 핵심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이는 무척 복잡한 문제다. 간도 문제는 양국 사이에 커다란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조선과 청나라는 19세기 후반 두 번이나 국경협상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후 일본이 불법으로 청나라와 간도협약을 맺어 간도를 중국에 귀속시켰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어떤 재협상도 없이 중국이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해 왔다.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한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동북공정을 시작한 것이다.

 

간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왜 간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한 한중일 학자들의 생각조차 십인십색이다. 경향을 보면 중국은 간도를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두만강에 있는 삼각주 가운데 조선인이 개간한 지역을 간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날조된 개념으로 주장한다. 한국에선 대체로 압록강 대안은 서간도, 두만강 대안은 동간도와 북간도로 보는 편이다. 일본도 비슷하지만 범위를 좁히는 경향이 있다.

 

-고구려사 문제가 동북공정의 핵심이 아닌데도 왜 한국에서는 고구려사 문제만 쟁점이 됐다고 보는가.


△고구려유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문제와 시기가 겹치면서 ‘고구려의 진취성과 기상’ 등을 민족정체성의 주요근거로 삼는 일반 정서에서 고구려는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구려를 잃으면 민족존립근거를 잃는다는 위기감을 갖게 된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과열된 것이다. 물론 역사학계내 이권싸움도 작용했다. 정부도 분위기에 휩쓸려 동북공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일단 고구려사만 대응한 것이다. 그 결실이 고구려연구재단이었다.

 

-언론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언론은 깊이있게 다루는 것이 약하다. 눈을 끄는 것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 고구려만 해도 올해 초에는 날이면 날마다 고구려 얘기만 하더라. 언론마다 똑같은 얘기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 정부, 학계, 언론 모두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거시적으로 차분하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하는데 우루루 몰려가서 힘자랑으로 뭔가 하겠다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올해 초 고구려로 온나라가 시끄러울 때 나는 한중변경문제가 동북공정의 핵심이라고 얘기했다. 그때 어느 언론도 내 얘기를 주목하지 않았다. 요즘은 언론에서도 조금씩 간도문제를 다루는 것 같다. 솔직히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참 눈길 끌다가 좀 잠잠해 지니까 간도영유권을 똑같은 식으로 선정적으로 보도할까 걱정이다.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면 유행품 쌓아놓고 한철 장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헛다리 짚는 한국

  

-동북공정이 현실정치적 프로젝트인데 고구려연구재단으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까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고구려재단은 즉자적인 대응의 결정판이었다. 연구자와 연구비가 부족하니까 이번 기회에 고구려 연구를 제대로 한답시고 정부지원을 주장해서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들었다. 그건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국가대 국가의 전략에 기반해 동북공정에 대응해야 한다. 고구려사를 지켜야 한다고 입만 열면 강조하는 사람들이 동북공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고구려사만 강조하다보면 두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고구려사 왜곡이 동북공정의 전부인 양 한국인들을 오도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중국인들에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헛다리만 짚는다’는 식으로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뿌핑(步平)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부소장은 “왜 한국은 고구려만 갖고 난리를 치느냐”고 물어보더라. 한중일 공동 교과서 만들기 운동에 참여하는 중국 학자들도 다들 의아해 한다.

-고구려연구재단이 역사연구라도 제대로 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고구려연구재단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동북공정 대응도 제대로 하기 힘들고 역사학계의 다양한 알력관계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도 힘든 산만한 구조이다. 현재 스무명도 안되는 연구원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고구려역사연구팀은 두 명이 고구려 정치사, 사회경제사, 대외관계사, 백제와 신라사, 번역, 홍보책자 저술 등을 해야 한다. 내가 보기엔 주제 하나 하나에 연구소 하나를 차려야 제대로 된 연구가 나올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연구위원을 더 늘린다고 하지만 고구려재단 안팎에서 “고구려재단 얼마나 가려나” 하는 얘기가 나온다. 일본 교과서 문제 때처럼 잠깐 반짝 하고 흐지부지되는 걸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른 문제는 역사연구자만 연구위원으로 채용했다는 점이다. 법학, 정치학, 역사학 등이 한데 모여 학제간 연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되는 구조다.

 

-대안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적어도 국가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들과 관련해 국가미래를 설계할 만한 연구소가 필요하다. 한국은 중국사회과학원 같은 국가최고연구기관이 없다. 동북공정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장기적으로 대응을 모색할 만한 곳이 없다. 하루빨리 그런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고구려재단보다는 오히려 그런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 교과서 문제 대응한답시고 위원회 만든지 몇 년도 안됐다. 고구려사 왜곡 대응한다고 고구려재단 만들었다. 다음에는 고조선연구재단과 발해연구재단 만들건가. 이제는 제발 그런 식으로 국력 낭비하지 말자.

 

한국, 국수주의 경계를

 

-동북공정이 동북아 평화와 상생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전부터 동북지역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 즉 만주지역이 한국사인가 중국사인가 따지는 건 제 논에 물대기 식 대응이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남는건 국수주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평화를 지향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동북지역의 역사적․지리적 특성을 봐야 한다. 동북지역은 어느 한 세력이 장악하기 보다는 ‘화(和)’라는 공간으로 있을 때 평화로웠다. 어렵겠지만 동북지역을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남북한과 중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먼저 버려야 한다. 자국사 중심의 역사관은 동아시아 전체를 조망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걸 벗어나야 한다. 물론 국사는 필요하다. 경계허물기 과정에서 정체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싸우는 과정은 피할 수 없겠지만 싸움 속에서 새로운 틀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동북공정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간도영유권논란과 화이부동은 다른 논리가 아니라고 본다. 영유권 문제가 조선과 청나라 정부 사이에 깔끔하게 정리가 안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것이다. 평화를 위해서라도 간도영유권 문제는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

 

-중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중국은 동북문제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선 안된다고 본다. 중국도 평화를 원하고 우리도 평화를 원한다. 그렇다면 같이 연구해야 한다. 동북공동위원회 같은 양국 공동 위원회를 만들어서 동북문제를 같이 연구하는 게 좋겠다. 평화와 상생을 위해서는 중국 독단으로 하는 ‘동북공정’이나 한국 혼자서 하는 ‘동북공정’이 아니라 경제협력까지 포괄해서 남북한․중국이 공동으로 하는 동북공정이 필요하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0월 14일 오전 11시 5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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