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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가 제법 들었다는 걸 느낄때

雜說

by betulo 2018. 12.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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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연말을_맞아_내가얼마나_나이가들었는지_말해보자... 라는 걸 하나보다. 연말이기도 하고 나도 동참해보기로 했다. 순전히 재미로. 

 

1. '국민학교' 입학 당시 검정고무신 신고 다녔다. 흰 고무신 신고 다니는 학생이 최소한 우리 마을엔 아무도 없었다. 

2.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집에 전화기가 들어왔다. 까맣고 뭉툭한 전화기 옆에 둥그런 걸 열심히 돌리면(경운기 모터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교환원이 전화를 받는다. 교환원에게 전화걸고 싶은 곳을 (우체국이요~) 얘기한다. 전화 한번씩 올때마다 4남매가 서로 전화 받겠다고 피도 눈물도 없이 싸웠다. 

 

3. '국민학교' 당시 토요일이면 전교생이 모여 행군하듯이 마을별로 줄맞춰서 집에 들어왔다. 

4. 북한에서 수해구호품으로 준 시멘트로 마을 진입로 포장했다. 마을 사람 다 가서 작업했다. 나도 동참. 

5.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집에 전기가 안들어왔던 듯 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으로 텔레비전이 생겼는데 다리 네 개와 미닫이 문이 달려 있었다. 

6. 국민학교 때 전교생 중에 안경쓰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중학교 갔더니 어떤 여학생이 안경을 쓰고 있는걸 봤다. 너무 신기해서 안경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 국민학교 수학여행을 서울로 갔다. 주요 여행지는 경복궁, 63빌딩(옆), 현충원 참배, 거기다 국회의사당(앞마당). 당시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젊은 초선이었다. 국회의사당 앞마당 잔디밭에 둘러앉아 그 양반 연설을 들었다. 연설 끝나고 노트 하나씩 선물로 받았다. 

8. 중학교 다닐때 국도가 처음 포장도로가 됐다. 그 전까진 신작로...

9. 중학교 때 봄에 날잡아서 전교생이 낫들고 등교하는 날이 있었다. 보리베기 사역에 전교생 동원. 점심은 우유와 빵... 

10. 서태지가 고등학교 때 TV에 처음 출몰했다. '뉴키즈온더블록' 짝퉁이라는게 대부분 초기 반응이었다. 

11. 학력고사로 대학갔다. 수능이란 걸 시행한다고 해서 다들 기겁했다. '내년부턴 수학성적만으로 대학 간단다... 문과는 다 죽으란 소리냐...'

12. 군대에서 훈련 끝나고 정비하는데 대대장이 대대원 전원 집합하라고 했다. IMF 얘기를 한참 하더니 '고통분담' 얘기를 꺼냈다. 전장병 월급 일괄 삭감과 생명수당 삭감이란다. GOP 야간근무 때 야식으로 나오던 라면은 물론이고 건빵과 맛스타까지 모두 중단됐다. 1식3찬을 1식2찬으로 줄인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식판엔 밥, 똥국, 배추김추 쬐끔, 포장용 김 하나... 

13. 군대 제대하고 마우스라는걸 처음 써봤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더블클릭 연습했다. 

14. 복학생때 처음 비행기 타봤다. 대한항공에서 비행기 흡연석 없어졌다며 금연캠페인 하고 있더라.

....

그리하여... 나는 장안의 화제라는 <응답하라 1988>이 재미없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각종 추억팔이 가운데 '그땐 그랬지' 하며 경험으로 공감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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