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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윤 정부의 무인기 침공 대처법은, '이게 다 문재인 탓'

by betulo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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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날은 국방부장관과 국방부 출입기자들 만찬이 예정돼 있었다. 육군회관에서 모여 저녁을 먹으며 송년회 기분도 내면서 덜 딱딱한 기자회견도 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양에 송년회 협조요청공문을 보내지 않은 탓이었을 게다. 점심 즈음부터 무인기 떄문에 난리법석이 됐고, 결국 송년회는 취소됐다. 

조선에서 날려보낸 소형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해 5시간 가량 경기 파주와 김포, 강화도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일이 발생했다. 그 중 한 대는 심지어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가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되돌아갔다. 무인기 도발은 2017년 6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군에선 무인기 격추에 실패했고, 대응하려 이륙하던 전술기까지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육군 1군단은 국지방공레이더로 이날 오전 10시 25분쯤 조선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을 경기 김포시 전방 MDL 이북에서 포착했다. 이어 낮 12시 57분에 공군작전사령부가 무인기 4대를 추가로 식별해 오후 3시 20분까지 추적했다. 이들 4대는 강화도와 서해 일대로 남하했으나 이후 탐지망에서  사라졌다. 

합참은 이를 무인기로 식별하고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여러 차례 했으며, 경계태세 2급으로 격상했고, 500MD, 수리온, 아파치, 코브라 헬기와 F-15K와 F-5, F-16 전투기, KA-1 전술항공통제기를 출격시켰다. 공군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 대응 전력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11시 39분 강원 원주시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던 KA-1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들은 무사히 탈출했다. 

오후에는 서해 교동도 서쪽 해상에서 레이더로 무인기를 포착하자 헬기가 20㎜ 기관포 100여발을 발사했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그 뒤로는 무인기가 민간인 지역으로 넘어오면서 민간인 피해 가능성 때문에 격추시키기 어려워졌다.

무인기 영향으로 이날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이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은 이날 국방부 요청에 따라 김포공항은 이날 오후 1시 6분 쯤, 인천공항은 1시 22분 쯤 항공기 이륙을 멈췄고 오후 2시 10분쯤 일괄 해제했다.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면서 일부 항공편은 출발이 지연됐다. 인천해양경찰서 역시 오후 1시 21분 해군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7분 뒤 강화도 만도리 어장에서 조업하던 어선 4척과 인천에서 연평도로 향하던 여객선 1척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시켰다가 오후 3시쯤 상황을 해제했다. 

군에서 식별한 무인기는 5대였다. 먼저 포착된 1대는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한 뒤 곧장 서울 북부지역까지 직진했다가 서울을 벗어나 되돌아갔다.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서쪽으로 진입해 강화도 주변에서 활동했다. 무인기 4대는 유턴하거나 좌우로 기동하는 등 다양한 항적을 보였고, 군 탐지에서 관측과 소실을 되풀이했다. 군에서는 이 4대는 교란용으로 판단했다. 합참은 “이날 10시 25분쯤 최초 식별된 무인기 1대는 3시간 가량 비행 후 MDL 이북으로 이탈했으며, 나머지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되었다가 소실되어 총 5시간 가량 작전이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군에서는 이날 대응 차원에서 유무인 정찰기를 각각 MDL 근접 지역과 북한 영공으로 투입해 북한군 주요 시설을 정찰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으로 진입한 거리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진입했으며, 북한군의 대응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따로 열진 않았다. 국방부는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음주와 회식, 사적모임을 금지하고 비상 대기하라’는 근무지침을 전 군에 하달했다.

#무인기, 가성비 최고 비대칭 무기

많은 이들이 무인기가 서울상공까지 한 시간 넘게 휘젓고 다니는데도 격추도 못시켰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무인기라는 특성, 그리고 군사분계선 남쪽 50km 이내에 1000만명 넘는 민간인이 몰려있는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격추 실패가 아주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전화인터뷰를 한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신종우는 “무인기 탐지에는 성공했는데 판단이 늦었던 것으로 본다”면서 “대공포로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해 민간인 인명피해까지 감수해야 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전 국방대 교수 권용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공격하는 쪽에서 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군사적 효용성이 매우 큰 비대칭 무기다. 무인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기동성까지 확보하고 있는데다 크기가 작아서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0.1㎡ 이하로 매우 작아서 레이더로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무인기 요격에 가장 좋은 건 지상에서 운용하는 대공포이지만 민간인 피해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인기 침범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건 2014년 4월이었다. 이후 군에서는 무인기 대응 전력을 위해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 신형 차륜형 대공포 개발, 전파 교란을 이용한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 등을 추진해 왔다. 2014~17년 국내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모두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을 발견했을 뿐 군에서 탐지한 게 아니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무인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포착했다는 점에서 탐지 역량은 나아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문제는 무인기를 탐지한 다음 격추 등 대응에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조선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휘젓는 동안 지상 대공포는 이를 자체적으로 유효하게 탐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벌컨포와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로 사격하려면 자체 탑재한 탐지 장비로 목표물을 포착해야 하는데 제기능을 못한 셈이다. 결국 공중전력으로만 뒤쫓다가 격추에 실패했다.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대공무기들의 유효 사거리나 탐지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고, 벌컨포의 경우 맨눈으로 식별해야 사격이 가능한데 포진지에서는 북한 무인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군은 설명했다. 

#손따라두는 바둑같은 무인기 대처법

무인기 도발로 우리 군의 방공망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되면서 북한이 향후 비슷한 도발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인기 대응체계를 재점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전쟁 양상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아니라 북한 도발에 그때그때 무기체계 고도화로만 대응하는 방식으로 가는게 좋은 방식일까. 권용수는 “미래 전쟁의 양상을 고민하고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개념을 정립한 다음에 그에 맞는 무기체계와 전술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는 개념정립보단 무기도입만 중시한다”면서 “첨단무기만 확보한다고 국방이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상황은 걱정대로 흘러가고 있다. 

윤석열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드론 부대 조기 창설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알고보니 국방부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지상정보단 예하에 드론부대인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한 게 2018년 10월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은 그날 곧바로 “2018년 9월 육군은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했고 초소형 드론을 잡는 무기체계도 2021년 6월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있는 시스템도, 전투단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창설한 드론부대를 “조기 창설”라는 지지를 받고 나니 국방부와 합참은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국방부에선 대통령 발언을 주워담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 드론부대와 이 드론부대는 다르다’는 홍길동 화법이 등장하더니, ‘창설’이란 사실 ‘증설’을 말하는 것이라는 ‘날리면’ 화법도 횡행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런 것이다. 바둑에서 ‘손 따라 두면 진다’는 말이 있다. 바둑판 전체 형세를 보지 못하고 상대방이 두는 수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강하게만 나가다가 함정에 빠져서 대마가 잡히거나 소탐대실하다가 완패하는 걸 경계하는 말이다. 과연 한국의 무인기 대응은 어떨까. 권용수는 유사한 지적을 했다. 그는 “미래전쟁의 양상을 고민하고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개념을 정립한 다음 그에 맞는 무기체계와 전술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는 개념정립보단 무기도입만 중시한다”면서 “첨단무기만 확보한다고 국방이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윤검사는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무인정찰기 예산이 대규모 삭감된 것도 지적했다. 이날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건데, 해안정찰용 무인항공기 사업과 근거리 정찰드론 도입에 각각 304억 2200만원과 141억 1000만원을 제출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20억원과 140억 2200만원이 삭감됐다는 내용이다. 방위사업청에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미집행된 올해 예산이 내년으로 이월되어 집행 예정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영향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쉽게 말해서, 방위사업청으로선 이 문제가 공론화될수록 민망하다. 집행률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라는 사실 이상도 아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건 윤검사 정부의 ‘문 탓’ 버릇이다. 윤검사는 이날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면서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고 말했다. 물론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역시나 국방부는 대통령 발언을 주워담느라 ‘맞습니다. 지난 5년간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는 자아비판을 해야 했다. 

국방부 장관 이종섭은 이날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리고 국무회의에서 윤검사가 국방장관한테 “그동안 도대체 뭐한 거냐”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이걸 밝힌 게 대통령실 관계자라는데, 국방 책임자를 이렇게 욕보이는게 국방력 강화에 어떤 도움이 되는건지 군대를 26개월밖에 안다녀와서 전혀 모르겠다.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닐때는 강아지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저녁엔 송년회도 했다는 윤검사는 정작 하루 뒤엔 “첫 번째 (북한 무인기) 1대가 내려왔을 때 대통령께서 우리도 무인기를 갖고 있는데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1대에 대해서 우리는 2대, 3대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고 관련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라는 지시였다”고 한다.  

군은 꽤나 당황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에는 무인기가 떴다며 전투기와 헬기 출동시켰는데 새떼였다. 28일 새벽에는 또 미상 항적을 포착해 공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알고보니 풍선이었다. 

이 와중에 윤검사는 발언 수위를 한껏 높였다. 28일에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고 발언하더니 29일에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의 “위장된 평화로는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기반마저 무너진다”며 전임 정부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뱀다리[蛇足]>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현직 대통령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청장으로 임명해준 게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스스로 인정했듯이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이었다. 취임 반년이 넘도록 전임 정부 탓하는 소리 듣는 건 국민 모두에게 짜증나는 일이지만, 적어도 당사자인 문재인은 이제 와서 딴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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