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雜說/자작나무책꽂이

X세대 Y세대 Z세대 지나 알파세대까지...그런 세대는 없습니다

by betulo 2023. 1. 9.
728x90
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그런 세대는 없다>(신진욱, 2022, 개마고원)

신진욱 교수는 여러 해 전부터 냉철한 시각으로 세대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사실 우리의 상식을 깨버리는 용감한 저술을 한 게 꼭 세대론 뿐만은 아니었지요. (저로서는 ‘재정분권론’의 허상을 걷어내주는 통찰력을 주는 논문과 인터뷰를 꼭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대만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도 없습니다.

요즘 MZ세대의 고유한 특성인 양 거론되는 게 소싯적 X세대의 특성과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는 걸 느낄 때마다 바지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유행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개성을 중시하고 개인의 가치를 중시해서 집단주의와 거리를 두고,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고, 새로운 문물(SNS 혹은 삐삐)에 익숙하다는 건 X세대의 특징일까요 MZ세대의 특징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20~21세기 세대의 특징일까요.

아내는 ‘응답하라 1988’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전혀 재미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에겐 ‘맞아 그땐 그랬지’ 하는 장면들이 내겐 ‘저긴 저랬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같은 세대인데도 누구에겐 추억팔이가 되고 누구에겐 외국 드라마나 다를 게 없습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경험으로만 넘겨버리기만 한다면야 그냥 호사가들의 장삿속으로 (비)웃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지만 사실 세대론에는 그보다 더 큰 정치적 맥락이 숨어있습니다.

X세대로 규정됐던 사람으로서 가장 자주 들었던 이야기는 “X세대는 이전 꼰대들과 달리 현실정치에 무관심한 신세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정치와 담쌓고 쌓으라는 주문을 들었던(혹은 들어야 했던) X세대가 요즘 가장 정치관심이 높다는 40대라는 건 ‘세대’ 담론에 내재된 정치성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런 세대는 없다>가 출발점을 삼는 것도 그 지점이겠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단한 사실관계를 인용해봅니다. 1960년대에 태어나 고도성장기에 취직해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게 ‘586세대론’의 핵심이지만 실제로는 20대와 함께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50대입니다. 젊어서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다는걸 586세대 특징인양 얘기하곤 하지만 1988년 대학진학률은 35%였습니다. 50%를 처음 넘긴 게 1995년이었고요. 1980년대 대학에 가서 학생운동에 참여한 사람을 절반이라고 가정하더라도 50대 가운데 20%가 채 안됩니다. 그렇다면 50대 기득권층이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