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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자격을 생각한다…독서로 되돌아 본 2024년

자작나무책꽂이

by betulo 2025. 1. 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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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던 날 내가 읽던 책은 공교롭게도 ‘리더십’이었다. 헨리 키신저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거장인 건 틀림없는 인물이 쓴 책이다.

키신저가 사망한 게 2023년이고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된 것도 2023년이다. 그리고 나는 2024년 연말 이 책을 읽으며 지도자의 자격과 자질, 지도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계엄령인지 개염병인지 하는 무척이나 비현실적이고 잠 못 드는 밤이 지나갔다. 엉터리 지도자가 나라를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물론 나는 윤석열한테 단 한 번도 실망해 본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히고 싶다.

그런 속에서도 2024년은 끝났다. 이제 2025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2024년을 결산해보자. 2024년 한 해 동안 책 101권을 읽었다. 2005년 120권 이후 가장 많이 읽었다. 솔직히 말해서 꽤 자랑스럽고 흐믓하다. 쪽수로 보면 4만 7075쪽인데, 2023년(4만 1891쪽) 최고기록을 넘어섰다. 월평균으로는 8.4권, 3923쪽이다. 2023년에는 100권을 읽어서 월평균 8.3권, 3491쪽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세하게나마 더 ‘실적’이 좋다고 해야겠다.

첵에 관한한 완벽한 잡식성이라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읽는 편이지만 지나놓고 보면 아무래도 역사책과 논픽션이 많다. 2024년 처음 읽은 <만들어진 유대인>을 시작으로  <종전의 설계자들>이나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피에 젖은 땅>, <베를린 함락 1945>, <속삭이는 사회>가 기억에 남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인지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와 <검은 땅의 경계인>도 찾아 읽어봤다. <갑골문자>나 <마오주의>는 중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기지국가의 탄생>이나 <일본사 시민강좌><일본의 대외 전쟁>은 일본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만들어진 유대인>과 함께 이스라엘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어쩌다보니 읽은 역사책 중에서도 재미있는 게 꽤 많았다. 중국고대사를 다룬 <상나라 정벌>은 936쪽이나 되는 후덕한 뱃살을 자랑하는 책이지만 너무나 재미있어서 시간도둑이 따로 없다. <부다페스트>는 14년전 가봤던 부다페스트 추억을 되살리는 책이었고, <소현세자는 말이 없다>와 <사실을 만난 기억>, <유자광>, <흉노와 훈> 등도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2022년에는 논문을 17편 읽었는데 2023년에는 논문을 한 편도 읽지 못했다. 2024년에는 논문을 24편 읽었다. 상당수가 독립운동사와 관련한 논문이었다. 둑립운동과 관련된 <아리랑>이나 <호박목걸이> <장강일기>, <이육사>, <약산과 의열단>과 같은 책도 읽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외국인들을 조명하는 책을 한참 썼던 영향이라고 하겠다. 책은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항상 그렇듯이 소설은 연말에 주로 읽었다. 물론 많이 읽지는 못했다. 여전히 세상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무기여 잘 있거라>와 <동물농장>, <식빵 굽는 시간>, <살인자의 기억법>,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이른바 순수문학 작품을 순수한 마음으로 읽었다. 꽤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중에서도 『동물농장』은 처음 읽었다. 한편 부끄럽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제라도 읽어서 정말 다행이다. 연초에 <채식주의자>도 읽었다. 자세한 얘기는 여기에 썼던 글로 갈음하고자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본 아이덴티티>였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일독을 권한다. 어쩌다 보니 후속편인 <본 슈프리머시>가 2025년 시작을 알린 책이 됐다. 같은 제목으로 나온 영화로도 유명한데, 사실 영화는 시대배경부터 여러 가지를 굉장히 많이 각색했다. 심지어 <본 슈프리머시>는 배경이 1980년대 홍콩이고, 주인공을 괴롭게 만든 나쁨놈도...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참기로 한다.

시사IN은 언제나 그렇듯이 1년치 52호를 모두 읽었다.

월별로 살펴보자. 가장 실적이 좋은 건 8월이다. 12권, 4944쪽을 읽었다. 다음으로 10월에 11권(4403쪽) 읽었다. 6월, 7월, 11월, 12월에는 10권씩 읽었다.

2024년에 읽은 101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선정해 본다. 이게 가장 어렵다. 그래도 지난해 이맘때 썼던 표현대로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으로 내 잠든 뇌세포를 펄떨 펄떡 깨우는 걸 중시하는 취향’에 입각해서 골라봤다. 10권 목록은 아래와 같다.

고르고 골라보니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세 권이나된다. 좋은 책을 많이 내준 글항아리에 경의를 표한다. 사실 글항아리 출판사는 나와 소소한 인연이 있다. 2017년에 책을 내고 싶어서 몇 군데 연락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글항아리였다. 정중하고 사려깊은 답신을 받았다. 다른 출판사를 더 알아본 끝에 부키 출판사에서 『선을 넘어 생각한다』가 2018년 4월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꽤 잘 팔렸다. 언제고 글항아리 출판사에 '나는 관대하다'는 표정과 함께 그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유치한 마음을 항상 품어왔다는 걸 고백하고 싶다.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

밥 먹다가 울컥: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웅진지식하우스, 2024)

갑골문자: 중국의 시간을 찾아서』(글항아리, 2024)

상나라 정벌: 은주혁명과 역경(易經)의 비밀』(글항아리, 2024)

검은 땅의 경계인: 우크라이나 도시 역사문화 기행』(프시케의 숲, 2024)

속삭이는 사회: 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교양인, 2013)

베를린 함락 1945』(글항아리, 2023)

호치민 평전』(푸른숲, 2003)

마오주의』(유월서가, 2024)

리더십: 현대사를 만든 6인의 세계 전략 연구』(민음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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