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정치, 경제, 노정, 학원, 재야,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 진출해 정보를 수집하고 시책·정책자료를 작성, 국가정책 업무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공서와 각종기관을 대상으로 정보수집도 하고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위해 노사간 갈등을 조정”하기도 하는 국가기관은 어디일까. 정답은 정보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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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탁기자 |
정보경찰은 슬프다. 정보경찰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할수록 시민사회는 정보경찰을 더 강하게 비판한다. 수사권조정이라는 경찰 60년 숙원에 맞서 검찰이 걸고 넘어지는 것도 정보경찰이다. ‘정보경찰이 최선을 다할수록 국민에겐 최악’인 ‘정보경찰의 법칙’이라 할 만한 상황이다.
더구나 시민사회가 부쩍 정보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정보경찰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한 정보경찰은 “진보단체한테는 공안기관에서 뭐하러 왔느냐며 박대당하고 보수단체는 우리보고 좌파정권의 앞잡이라며 손가락질한다”고 푸념한다.
정보경찰은 피곤하다. 서울지방경찰청 920여명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3천8백여명이나 되는 정보경찰들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삼팔선을 지키랴’는 일념으로 노심초사한다. IMF를 예견하지 못한 것조차 자신들의 탓인 양 자책한다. 일을 너무나 열심히 하다보니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경찰청장의 동정까지 파악하려 든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이 주말에 아들과 자전거를 탔던 것까지 정보보고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될 정도다.
2003년부터 정보경찰의 방향을 ‘정책정보’로 잡으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오병두 영산대 교수는 “정책정보란 국가이익의 증대와 안전보장을 위한 정책의 결정에 지원되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에 대해 한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관은 “국가정책과 관련한 집단반발 요인에 대한 정보”라고 정정했다. 그는 “반발요인을 미리 알아서 정책부서에 알려주고, 또 반발요인은 범죄화되기 때문에 정보수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시민의신문>과 인권실천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하는 경찰개혁 토론회 ‘경찰 정보활동에 대한 검토’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정보경찰이 참석을 거부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보경찰의 활동은 법적 근거가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경찰을 대폭 개혁하지 않을 경우 경찰국가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철규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경찰이 스스로 인권경찰을 표방하고, 또 인권경찰이 되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경찰의 정보활동도 더 이상 정권안보나 모호한 공익 개념 등에 복무하지 말고 개개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