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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라고 다 같은 복지국가가 아니다
Esping-Andersen의 복지국가유형론 ‘상전벽해’란 말이 아깝지 않다. 복지포퓰리즘 망국론을 외치던 바로 그 분들 사이에서 이제는 복지국가 소리가 울려퍼진다. 막말로 개나 소나 복지국가다. 참여정부 후반기 미약하게 시작됐던 ‘보편적 복지국가’ 정책담론은 이제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조그만 우려도 생긴다. 두서없이 난무하는 복지 소리에 자칫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 라는 중요한 질문이 묻혀 버리지나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학자가 바로 에스핑-안데르센(G. Esping-Andersen)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일찍이 자유주의, 조합주의, 사회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지 않고도 살 수 있는..
2012.02.16 07:55 -
책꽂이 정리에서 배우는 지출구조조정의 기본 원칙
저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하나씩은 갖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구두를 닦는 일을 한 사람은 구두만 보면 구두 주인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격인지 대략 파악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단연 책이 기준입니다. 제 기준으로 보자면 책꽂이란 그 사람의 두뇌 속을 민낯으로 펼쳐보이는 거울입니다. 책이 많은지 적은지, 어떤 종류 책이 주로 꽂혀 있고 어떤 식으로 배치하는지 살펴보면 그 사람의 두뇌속 취향과 관심사가 대략 보입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 을 보면 소설가인 주인공이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색깔에 따라 구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색색이 예쁘게 배치돼 있는 책꽂이는 이 영화의 예쁘장한 화면구성과 어울려 주인공의 미적 감각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색깔을 통해 감성과 분위기를 ..
2020.05.29 07:30 -
한일전, 실망밖에 없는 졸전이었을까
한일전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15일 동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일본 대표팀에 0-1로 패배했다. 대체로 세 가지로 수렴이 되는 듯하다. 경기 결과가 실망스러웠고 내용은 엉망이었으며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길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경기의 결과가 실망스러운 건 맞으나 내용은 충분히 괜찮았으며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다리고 응원해 주자는 얘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수 여론에 비하면 소수 의견에 가까워 보인다.한일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경기 중간에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는 어린이의 목소리였다. 용인미르스타디움에는 2만명 가까운 관중이 모였다. 그런데도 어린이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 건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홈팬들의 목소리..
2025.07.18 10:53 -
[20&30] 이럴 때 학력위조 유혹 느낀다
학력 위조 파문이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이후 학력 위조 파문은 학계, 예술계, 연예계 등 사회 각계 각층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학력위조 논란은 자연스럽게 학벌만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비판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유명인이냐 아니냐일 뿐이지 학력 위조는 우리 주변에 만연돼 있다. 학력 위조 유혹을 느낄 때는 더 일상적이다. 직장에서 ‘짧은 가방끈’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할 때, 명문대 재학생으로 포장하면 과외 등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을 때 학력위조의 유혹을 느낀다.20&30이 직면하는 학력위조 유혹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차별받을 때 유혹 느낀다 많은 이들이 학력 때문에 차별을 받을 때 학력위조 유혹을 느낀다. 최근 불거진 학력위조..
2007.09.06 10:57 -
“이 땅이 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라고?” (2004.8.6)
[단독보도] 자치단체 뒷짐에 주민은 무단점유자 낙인 일제법인소유 토지 확인 르포 2004/8/6 “조선총독부 소유 땅이 아직도 남아있다니, 그게 사실이야?” 남아있다. 대법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전국 토지 등기부등본을 끈기있게 열람하면 심심치않게 조선총독부는 물론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치한 식민지 착취기관 동양척식주식회사(이하 동척) 등의 일본인 소유 땅이 실제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약 9천1백60만㎡에 달하는 제법 큰 규모다. 광복이후 전쟁과 압축경제개발 시대를 거치며 토지관리가 제대로 안됐을 것이라고 이해심을 최대한 발휘하려해도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든 사실이다. 일제잔재청산을 외치면서 정작 발딛고 서있는 땅은 법적으로 일제의 땅임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알면서도..
2007.03.14 14:43 -
정수빈, 알바 갔다 깨달은 당구는 내 운명
통계학 전공 금융권 취업 목표였던… 당구 입문 4년 늦깎이 정수빈자타공인 여자프로당구(LPBA) 최강자는 김가영(42)이다. 최근 제주에서 끝난 LPBA 월드챔피언십 2025에선 김가영이 7개 대회 연속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한 것보다 그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져 38연승 행진이 깨진 게 오히려 뉴스가 됐을 정도다. 다만, 김가영이 이미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은 터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던 그 경기를 빼면 가장 최근 그를 제대로 이겨본 건 정수빈(25)이다. 지난해 7월 2024~25 LPBA 챔피언십 2차 투어 64강전에서 김가영에 역전승을 거뒀다. 정수빈이 김가영의 뒤를 이을 ‘차세대 퀸’으로 꼽히는 이유다. ●친구 대신 일하러 들렀다가 시작정수빈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경기 ..
2025.04.01 08:15 -
방탄소년단 7명 중 3명 품은 육군 제5사단은 어떤 곳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 소속 지민과 정국이 12월 12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제5보병사단에 입대했다. 이들은 2025년 6월 전역한다. 5사단은 진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중인 곳이라 5사단에 7명 가운데 3명이 모이게 됐다. 자연스럽게 제5보병사단도 덩달아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5사단은 강원 철원군에서 경기 동두천시와 의정부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3번국도 방어를 핵심임무로 하는 육군 제5군단 예하 부대다. 중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다 보니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사단 문양은 숫자 5를 형상화한 열쇠 모양이어서 부대 별칭도 ‘열쇠 부대’이지만 장병들끼리는 휠체어를 닮았다고 해서 ‘휠체어 부대’라고 ..
2023.12.17 09:00 -
자다(Jada) - 날씨를 내맘대로
1232년 1월 당시 금나라의 서울인 개봉의 서남쪽 삼봉산(三峰山). 이 곳에서 몽골군과 15만의 금나라군이 나라의 운명을 걸고 맞붙었다. 몽골군 총사령관은 칭기스칸의 막내아들 톨로이(Tolui). 금나라는 완안합달(完顔哈達)이었다. 당시 몽골군의 병력은 1만 3천이라고도 하고, 4만이라고도 한다. 몽골군은 참호를 파고 말과 몸을 숨겼다. 계속된 폭설로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금나라 군대는 사력을 다해 공격을 거듭했지만 큰 타격을 입히지도 못한 채 추위와 허기로 급격히 전력이 약해져 버렸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몽골군은 반격을 시작했다. 금나라의 최정예 부대는 전멸했다. 금나라는 저항할 힘조차 잃어버렸다. 왜 톨로이는 참호를 파고 말과 몸을 숨기는 작전을 썼을까? 기병전은 참호전과는 영 어울리지..
2007.07.21 14:07 -
슬픔은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아픔을 찾아나서는 ‘다크투어’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29)]김여정, 2021,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그린비. 대학 졸업여행을 제주도로 갔다. 제주도는 처음이었다. 여러 곳을 둘러보고 구경했는데, 지금도 가장 많이 기억나는 건 제주도 남서쪽 대정읍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이었다. 사실 알뜨르 비행장에는 별로 볼만한 게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주민들이 무심하게 밭일을 하는 너른 평지가 이어지고 그 너머 남해바다가 보이는 다소 심심한 풍경 뿐이기 때문이다. 딱 한가지, 콘크리트로 뭉뚝하게 지은, 건물인지 창고인지 알 수 없는 게 띄엄띄엄 보일 뿐이다.알뜨르 비행장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군에 맞서기 위해 건설한 공군비행장이고, 정체모를 콘크리트는 전투기 격납고였다. ..
2025.04.06 09:34 -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선을 넘어 생각하기
김정은과 트럼프가 서로 핵무기 발사 단추 누르겠다며 험악하게 으르렁거렸다. 2017년은 북핵문제로 한반도에 당장이라도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는 뉴스가 연일 신문과 방송을 뒤덮던 시절이었다. 그런 마당에 남북대화를 강조하고, “북한은 붕괴하지도 않고 붕괴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책이라니.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책이었다. 책 나오자마자 규탄집회가 집 앞에서 열리고 돌이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공동저자인 박한식 교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강박사는 혹시라도 보수세력한테서 비난을 받으면 ‘이게 다 박한식 교수가 한 말을 인용한 것 뿐’이라고 말해라. 나도 평양에 있는 지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이게 다 강박사가 내가 한 말인양 자기가 쓴 것일 뿐’이라고 말하겠다. 나이..
2026.02.02 00:50 -
3·1절에 다시 떠올리는 어느 항일혁명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27)]님 웨일스·김산, , 동녘, 2005.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나라로 갈라져 살고 있는 이 유난스럽고 징글맞은 민족을 설명하는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경험이 많다”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정치학과 박한식 교수를 인터뷰해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쓸 당시 들었던 말이었다. 과연 생각해보면 우리만큼 온갖 개고생과 산전수전을 겪어본 민족집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외세 침입과 식민지 경험, 독립운동, 대규모 이민, 강제징용과 징병, 해방과 분단, 전쟁, 독재와 쿠데타, 민주화운동과 탄핵, 산업화와 민주화… 대충 이런 것들을 최근 100년 즈음에 모조리 경험해본 나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질 않..
2025.03.01 23:40 -
지도자의 자격을 생각한다…독서로 되돌아 본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던 날 내가 읽던 책은 공교롭게도 ‘리더십’이었다. 헨리 키신저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거장인 건 틀림없는 인물이 쓴 책이다.키신저가 사망한 게 2023년이고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된 것도 2023년이다. 그리고 나는 2024년 연말 이 책을 읽으며 지도자의 자격과 자질, 지도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계엄령인지 개염병인지 하는 무척이나 비현실적이고 잠 못 드는 밤이 지나갔다. 엉터리 지도자가 나라를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물론 나는 윤석열한테 단 한 번도 실망해 본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히고 싶다.그런 속에서도 2024년은 끝났다. 이제 2025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2024년을..
2025.01.28 0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