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국회를 통과해 폐지됐는데도 세 차례나 목숨을 이어가는 질긴 세금이 있다. 정부는 2008년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폐지하자며 폐지법률안을 제출해 놓고도 세 차례에 걸쳐 일몰시한을 늦추는 법개정안을 제출하는 자기모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관련 조세제도 개혁에 손을 놓아버린 사이 전국은 과도한 도로공사로 몸살을 앓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교통세는 내년까지만 시행한 뒤 2019년부터는 개별소비세에 통합하도록 돼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후속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만 약 15조원에 이르는 교통세가 개별소비세에 통합되면 예산제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교통세 세입이 각종 특별회계가 아니라 일반회계에 포함하게 된다. 계산상 내국세 세입이 15조원 가량 늘어나면 곧바로 이에 연동돼 지방교부세가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교통세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에너지세제 개혁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2008년 교통세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한 데는 교통세가 막개발을 부추기고 교통시설 공급과잉을 초래한다는 고민이 들어있었다. 도로예산을 충당하는 교특은 올해 기준으로만 16조원이 넘는다. 그 가운데 약 11조원이 바로 교통세 전입금이다. 법적으로 교통세 세입의 80%는 무조건 교특 전입금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특별회계는 그 성격상 사용처가 정해져 있으니 어떻게든 도로를 넓히고 새로 짓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8년 폐지법률안 제안이유로 “교통세가 목적세로 운영되어 재정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통세는 도로와 도시철도 등 교통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1994년에 교통세를 신설했다. 교통세는 2003년과 2006년에 과세시한을 각각 3년씩 연장한 끝에 2010년 1월 1일부터는 폐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2013년으로 기한을 연장했다. 그 뒤에도 2015년과 2018년으로 기한을 연장해 버렸다.
정부에선 그때마다 “교통세를 폐지하면 지방교부세가 늘어나 지방교부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과 “교통세만 폐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명분을 들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하반기에 발전용 에너지세제 합리적 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대안은 단순하다. 정부 스스로 2008년 제출했던 교통세 폐지법률안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며 정부의 의지부족을 비판했다. 당시 정부는 “교통세법 폐지로 교통세는 개별소비세로 계속 과세되므로 그 자체로서 국민이 부담하는 실행세율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교통세 세수를 포함한 재정 부담의 증감에 영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에너지관련 세제를 개별소비세 위주로 통폐합하면 복잡하고 조잡한 조세제도를 단순명쾌하게 정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도로건설을 억제하는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