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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예산안, 적어도 총론은 "토건보다는 사람"

예산생각

by betulo 2017. 9. 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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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9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12개 분야별로 살펴보면 토건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겠다는 재정전략이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도드라져 보인다. 최소한 총론은 그렇다.

 보건·복지·노동은 올해보다 12.9%나 늘어난 반면 SOC는 20%나 줄었다. 교육과 일반·지방행정 분야는 각각 올해보다 11.7%와 10%가 늘어 상승폭이 컸다. 이는 국세수입이 늘어나면서 내국세와 연동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가 증가한 영향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국방 분야가 6.9%, 외교·통일 분야가 5.2%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은 올해보다 6000억원 줄어든 6조 3000억원으로 8.2%나 감소했다.

 2018년도 예산안은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146조 2000억원을 책정했다. 증가폭이 가장 크다. 복지예산은 2006년 처음 50조원을 넘어서고, 2014년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복지예산 확대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측면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국민연금 지출 증가 등 의무지출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복지예산 129조 5000억원 중에서도 87조원이 의무지출이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복지 분야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도 8.8%나 된다. 

 내년도 복지예산은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인상 등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지원체계 확충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결혼·출산·육아 단계별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월 10만원)을 내년 7월 신설해 1조 1000억원을 배정했다. 60개월 이상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 대한 독감예방접종 지원에도 354억원이 들어간다. 아이돌봄서비스 정부지원 비율이 5%포인트 늘어나고 시간제 돌봄지원 시간도 연 480시간에서 600시간으로 늘어난다. 분만 취약지의 산부인과를 16곳에서 18곳으로,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13곳에서 17곳으로 늘린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복지예산도 대폭 증가했다. 내년 4월부터 현행 월 20만원인 기초연금을 25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지원 대상이 498만명에서 517만명으로 늘어 9조 8000억원을 배정했다. 치매안심센터 252개소와 치매요양시설 192개소 등 치매국가책임제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약 3500억원을 투입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함에 따라 예산도 178억원에서 357억원으로 늘었다.

 내년도 SOC 예산은 17조 7000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20%(4조 4000억원)나 줄어든 17조 7000억원이다. 신규사업도 총 32개 사업에 383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도시재생 관련 예산이 1452억원에서 463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SOC 예산이 20조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5년차였던 2007년 18조 4000억원보다도 적은 규모다. SOC 분야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토건예산에 비중을 두면서 2009년 25조 5000억원까지 치솟았고 2015년에는 26조 1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도 임기 동안 연평균 7.5%만큼 SOC 예산을 꾸준히 줄일 계획이다.

 국방과 외교·통일 분야에 전략적으로 재원을 배분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예산을 연 3회 수준으로 반영해 84억원으로 증액했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을 2480억원으로 편성했다. 남북경제협력에 대비해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남측구간 공사·설계 등 철도·도로 인프라 구축, 경협 재개에 대비한 사전 조사 등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방예산도 2009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6.9%)으로 증가했다. 특히 방위력개선비는 지난해보다 10.5% 증가한 13조 4825억원, 전력운영비는 5.3% 오른 29조 6352억원에 이른다.

교육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립대 강화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국가책임제이다. 거점 국립대학별로 강점 분야를 지원해 지역발전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예산은 올해 21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누리과정은 전액 국가가 책임지게 되면서 관련 예산도 올해 9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조 1000원으로 늘렸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16조원에서 15조 9000억원으로 1000억원 줄었다. 농촌태양광 등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주택 등 자가용 태양광 보급 지원을 강화하는데 4360억원을 편성해 올해 1660억원보다 2.6배나 증가했다. 


확장적 재정, 하지만 재정수지는 더 좋아진다?


정부는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짓기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천명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재정건전성 중 우선순위를 묻는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우선”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 총지출이 429조원으로 올해보다 7.1%나 증가했고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규모는 12.9%나 늘어났는데도 재정수지는 오히려 개선됐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부터 계속돼온 ‘선별증세’로 인한 국세수입 개선과 비과세·감면 감소, 11조원이 넘는 지출구조조정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39.6%로 올해보다 0.1%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경정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39.6%로 올해와 동일하다. 액수로는 708조 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9조원 증가한다. 총수입에서 총지출,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역시 올해 1.7% 적자(28조 3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6% 적자(28조 6000억원)로 적자폭이 0.1% 포인트 줄어든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 후반기부터 계속 이어온 ‘선별증세’로 인한 세입증가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여러 차례 인상했고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담뱃세도 올렸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했고, 급기야 올해엔 법인세 증세도 이뤄졌다. 2016년도 국세수입은 242조 6000억원이었고 올해는 251조 1000억원(추경예산 기준)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 규모를 올해보다도 6.8%(약 17조원) 늘어난 268조 2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11조 5000억원에 이르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재정수지에 플러스 효과를 냈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세출을 60조 2000억원 줄이기로 하고 1년 차인 내년도 구조조정 목표를 9조 40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11조 5000억원을 구조조정했다. 그 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4조 4000억원이나 줄었다. 산업(-1조원), 문화(-6000억원), 환경(-5000억원), 농림(-6000억원) 분야도 삭감 대상이 됐다. 국방, 복지, 연구·개발(R&D) 등 기타 7개 분야에서도 모두 4조 4000억원을 깎았다. 국정 과제 추진 예산 역시 애초 계획보다 2조원 가량 구조조정했다. 


 기재부는 내년에는 양적 구조조정을 넘어 질적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2단계 재정혁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2019년부터는 국가·지방간 기능 재조정, 지방재정 분권 추진 방안,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마련해 3단계 재정혁신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국민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도 확대한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광화문 1번가 제안사업을 토대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6개 사업에 422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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