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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자작나무책꽂이

엉터리 번역이 망쳐놓은 추천도서③ <지정학>

by betulo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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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정학에 꽂혀 있다. 검색을 쭉 해서 지정학 관련 책을 어지간히 사서 하나씩 읽고 있다.

<지정학의 포로들>, <지리의 이해>, <지정학적 알파>, <지리의 이해>가 최근 읽은 책들이다. 여러 해 전에 읽었던 <그레이트 게임>이나 <지리의 힘>도 다시 들춰봤다. 그런 가운데 읽은 책 가운데 하나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지정학, 지금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이다. 파스칼 보니파스(Pascal Boniface)가 쓰고 최린이 번였했다. 2019년에 가디언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책 자체는 평이하다. 뭔가 큰 지적 충격을 주는 건 그다지 없고 이미 알던 내용을 펼쳐놓은 정도다. 내용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책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건 따로 있다. 

명색이 지정학을 다룬 책인데 정작 세계지도에 오류가 한 가득이다. 아일랜드를 영국과 함께 표시해 놓거나 북극해에 있는 섬을 제대로 캐나다와 러시아 영토로 구분하지 못한 건 그나마 양반이다. 하이난섬은 베트남 영토로, 사할린은 일본 영토로 그려놓은 것도 있다. 알래스카를 미국에서 독립시킨 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틈만 나면 지도 들여다보는게 취미생활이고, 엉터리 지도에 화가 나서 월간지 구독을 끊었던 적도 있는 나같은 사람으로선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거론해 보기로 했다. 

알래스카를 미국에서 독립시킨다면 지정학에 엄청난 현상변경이 일어날 것 같기는 하다. 지정학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차원으로 이해해주자.

 

하이난섬을 베트남에 넘겨주려는 것일까. 만약 그리 된다면 남중국해 정세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겠다. 당장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해 주장하는 근거가 대단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다를까, 하이남섬을 베트남 영토로 바꿔버렸다. 이게 다 독자들의 지정학적 상상력 훈련 차원이라고 굳게 믿어 보자.

 

하이난섬도 모자라 이젠 사할린까지 일본 영토로 바꿔버렸다. 저자는 친일파인가...

 

하이난섬과 사할린에 이어 이번엔 북아일랜드를 지워버리고,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 영토를 러시아에서 분리시켰다. 러시아가 북극해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하면 러시아로선 엄청나게 심각한 지정학적 위기일텐데. 이 역시 지정학적 상상력 훈련이라고 상상해보자.

 

이 모든 황당한 지정학적 상상력 훈련의 종합판 되시겠다. 사할린, 하이난, 북극해, 그것도 모자라 태즈메니아를 호주에서 독립시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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