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K리그1(1부리그)에서 뛰고 싶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안양은 현재 8승3무2패(승점 27)로 선두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그 중심에 리영직(33)이 있다. 28일 서울신문과 만난 리영직은 “안양은 K리그1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시즌 1위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며 팀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리영직은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수비수도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9라운드에서 보여 준 기습적인 중거리 결승골과 12라운드 선제골로 이어진 중거리 패스는 안양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리영직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없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수행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리영직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4세로, 북한 대표팀 소속으로 23경기에 출전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서 261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한국 무대가 처음인 그는 “구단과 동료 선수들 모두 친절해 운동하는 데 불편한 건 없다. 음식도 맛있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건 슬프다”면서 “첫째는 세 살이고 올여름에 둘째가 태어난다. 영상통화를 자주 하긴 하지만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리영직은 북한 국가대표 출신으로 K리그에서 뛰는 다섯 번째 선수다. 2001년 울산 HD가 량규사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6~09년에는 안영학(부산 아이파크·수원 삼성), 2013~15년에는 정대세(수원)가 뛰었다. 현재 부산 소속인 안병준이 2019년부터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남과 북, 일본 축구를 모두 경험한 그는 자연스럽게 각각의 장단점도 비교했다. 그는 “북한 축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앞으로 앞으로’다. 수비를 강하게 하면서 힘있게 역습한다. 일본은 조직력과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축구는 그 중간이다. 기술을 강조하면서도 투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리영직은 “일본은 너무 조직력만 중시하다 보니 전반적으론 우수한데 뭔가 특출난 선수가 없다. 한국은 특출난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확실한 팀 컬러를 갖고 있다. 팀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 분명하다”며 “그런 면에서 김기동 감독 시절 포항 스틸러스와 최강희 감독 시절 전북 현대가 보여 준 축구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병준은 북한 대표팀 동료이자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다. 전화로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 준다”며 “일본에서 뛴 적이 있는 김진수(전북)와 오재석(대전 하나시티즌), 백성동(포항) 등과도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기사 뒷이야기 리영직은 조선적(朝鮮籍)이다. 많은 분들이 '조선적'을 북한 국적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조선적은 법적으로는 무국적자다.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조선과 대만 출신을 '제국신민'이 아니라 '외국인'으로 취급하기로 하면서 만든 게 '조선적'인데, 당시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수립 이전이었다. 다시 말해, '조선적'에서 말하는 '조선'은 국가 이름이 아니라 지역이름이다. 나중에 남북 정부가 생긴 뒤 남과 북 두 국가를 모두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적인 사람들은 일본에서 특별영주권을 받아 생활하며 여권이 없어 해외 출국할 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리영직 역시 특별방문증을 얻어 국내에 들어왔고, 그 때문에 생활하는데 불편한 적이 많다. K리그 진출하면서 안병준한테 받은 조언도 '집구하는 방법'과 '자동차 구매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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