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가 양손에 검을 한 자루씩 잡고 숨을 고른 뒤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칼 두 자루가 허공을 가르면서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이뤄진다. 공연으로만 보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전투라 생각하면 칼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올지 모르겠다 싶다. 그만큼 동작이 빠르고 위력적인 게 쌍검(雙劍)이다.
최윤서는 쌍검을 중심으로 봉술, 예도, 제독검법 등 무예24기를 4년째 수련한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여고생 무도인이다. 쌍검은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군인들을 위한 교과서로 펴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된 24가지 무예 중 하나다. 30년 넘게 무예24기를 수련하며 무예사 연구로 학위까지 받은 최양의 아버지 최형국 박사가 그의 스승이다.
무예24기는 규장각 검서관인 이덕무·박제가, 장용영(壯勇營) 장교였던 백동수 등이 정조 임금의 명으로 1790년 펴낸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도검 10기, 창·봉 7기, 마상(馬上)무예 6기, 권법 1기 등 24가지 무예를 가리킨다. 무예도보통지는 도(刀), 검(劍), 창(槍), 곤(棍) 등의 병장기와 권법(拳法) 등 각종 무예[武藝]를 그림과 해설로 설명[圖譜]한 종합교본[通志]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
최형국이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 상임연출을 맡고 있다 보니 최윤서는 어려서부터 무예24기를 가까이에서 접하며 자연스럽게 수련을 시작했다. 최윤서는 “쌍검은 동작이 화려해서 배우는 재미가 있다”며 “주말과 방학에는 아빠와 함께 수련하고 평일에는 저녁에 한 시간씩 혼자서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가장 해 보고 싶은 건 말을 타고 쌍검을 휘두르는 ‘마상쌍검’”이라고 덧붙였다.
최형국이 스승으로서 평가한 제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중상급 정도"라며 "이제 어깨에 힘이 빠질 때가 됐다. 사람들이 봤을 때 그림이 나오게 할 정도다. 2~3년만 더 수련하면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최윤서는 현재 대안학교인 ‘신나는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식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쌍검 시범을 본 친구들의 요청으로 쌍검 수업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 시간씩 학생 6명에게 직접 쌍검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 겸 교사인 셈이다. 그는 “수련을 하다 보면 같은 동작을 되풀이해야 해서 지겨울 때가 있는데 아빠는 항상 지겨움을 즐겨야 실력이 는다고 가르치시곤 했다”며 “직접 수업을 해 보니 아빠가 해 준 말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윤서는 최근 아빠와 함께 ‘스프링 무예체조’라는 책도 썼다. 최윤서는 “체조라는 방식을 통해 무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라며 “경험을 담아 무예 동작을 통해 얻은 마음가짐을 설명하려 했다. 쌍검과 관련한 부분 50~60쪽 정도를 직접 쓰면서 스스로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다”고 전했다. 무예를 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는 “무예수련은 마음수련에서 시작한다”며 “마음을 닦지 않으면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무예수련은 곧 마음을 비우는 수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2024년 10월29일자 29면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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