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사업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지난해 책정된 예산 25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건 한 푼도 없었다. 2013년에 정부가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할 때만 해도 전북도는 용지 구입비용만 부담하고 이를 제외한 사업비(383억원)는 전액 국비로 지원해 2017년까지 사업을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사업추진방식을 전액 국비지원이 아닌 50% 지방비 매칭으로 변경할 것으로 요구하면서 사업진행이 막혀버렸다. 기재부는 이 사업을 수시배정으로 분류했고, 전북도와 합의가 안되자 공사비를 아예 내주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으로 수시배정사업은 28개 부처 173개(4조 4398억원)였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시배정에 선정된 사업이 66개(1조 3010억원)였고, ‘효율적 집행을 위해 점검 필요’가 35개(1조 8840억원)였다. 정부부처별로 보면 국토교통부가 23개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 19개, 해양수산부 14개 등이다. 대상액 기주능로는 교육부가 1조 5057억원, 국민안전처가 1조 282억원이었다.
기재부가 수시배정 제도를 정부 부처나 지자체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2014년에 e-호조를 둘러싼 기재부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의견대립은 수시배정이 실제로 갑질로 둔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2014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행자부는 e-호조 기능고도화 예산 추가 편성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지자체 추렴해서 e-호조 기능 고도화 비용을 조달하라’며 정부예산안에서 7억원만 반영해줬다. 행자부에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를 통해 국회증액사업으로 15억원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재부는 ‘e-호조 관리주체가 불명확하다’며 수시배정으로 지정했다. 기재부는 10월이 되어서야 12억원을 행자부에 배정해줬다.
현재 국회에선 수시배정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두 건이 계류돼 있다. 공교롭게도 그 중 하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것이다. 국회는 2015회계연도 결산 당시에도 부대의견으로 “수시배정 사업의 경우 상반기 중에 지정사유 및 집행현황 등을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다”는 의견을 채택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법무법인 은율이 국회 예결특위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수시배정 사업으로 선정된 예산을 배정받는 절차는 기재부가 임의로 정하고 있어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관리체계 연말까지 확 바꾼다 (0) | 2017.10.22 |
---|---|
여의도의 11배 땅 ‘무단점유’… 국유지 관리 구멍 (0) | 2017.10.22 |
기재부의 '탄력적' 갑질,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부족 (0) | 2017.09.19 |
적폐청산 사각지대, 공공기관 낙하산 상임감사 (0) | 2017.09.14 |
세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0) | 201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