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방침을 내비쳤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정부와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핵심 논점은 필요성, 효과, 국회 세가지로 수렴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 추경 통과한지 7개월만에 추경을 해야 할 만큼 추경이 절실히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예산으로 일자리 문제를 풀겠다는 처방에 대해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국회 통과 여부도 변수다.
정부에선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9.9%로 역대 최악 수준인데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통상압력과 제너럴모터스(GM) 사태 등 고용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걸 강조한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에코붐 세대’가 2021년까지 노동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청년취업난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많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제대로 된 특단의 대책이 나오면 돈이 문제는 아니다”고 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대학생들을 만나보면 얼마나 일자리가 심각한지 느끼게 된다”면서 “법적 요건을 따질 수는 있겠지만,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추경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청년실업 상황이나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걸 고려하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추경은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면서 “추경이 연례행사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요성과 별개로 추경이라는 방식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갑론을박이다. 고용 자체가 경기개선으로 소비와 투자에 뒤이어 효과 나타나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에 추경 효과 자체에 대해서는 섣불리 결론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관련해서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다”면서 “정부가 당장 일자리 몇 개 더 만들려고 하는 것보단 민간영역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추경 자체가 아니라 정부의 일자리정책 자체가 현장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진단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지금같은 간접지원 방식보단 오히려 좀 더 적극적인 직접 지원 방식도 고민해볼 수 있을텐데 정부가 익숙한 접근법만 구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지출 증가가 유효수요 창출을 통해 소비증가와 경기진작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 국면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선 재정건전성을 걱정하지만 정부는 기업과 다르다. 단기적인 재정수지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필요성과 효과만으로 추경이 무난하게 통과될 수는 없다. 여소야대인 국회 문턱을 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보수야당에선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정책 자체에 회의적이다. 게다가 오는 6월 13일 열리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추경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소한 반기 정도는 보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