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는 거창했고 논쟁은 뜨거웠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한 지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연극이 끝난 뒤 텅빈 객석’처럼 그냥 조용히, 많고 많은 종합대책처럼 지나가 버렸습니다.
28일 ‘구글 트렌드’로 최근 ‘뉴딜’ 검색량을 비교해보면 발표 당일인 지난 14일을 100으로 볼 때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한국판 뉴딜을 정부에서 언급하며 관심을 끌던 지난달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사실 발표 당시부터 패러다임 전환은 없고, 지향하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며, 뉴딜 성공을 위한 지지층 확보를 위한 대안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걸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발표 직후인 7월 1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의 경제위기 극복 전망’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이 46.5%,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응답이 40.3%였다는 것에서도 ‘한국판 뉴딜’이 국민들에게 뉴(NEW)라는 이름과 달리 참신하게 비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느낌만 그런게 아닙니다. 예전 자료를 조금만 검색해보면 한국에서 뉴딜이란 전혀 새로운 간판이 아니라는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당장 ‘구글 트렌드’에서 2004년부터 현재까지 뉴딜의 검색 추이를 살펴봐도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심심찮게 뉴딜이 거론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딜의 원조는 물론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겠습니다만 한국에선 노무현 정부 이래 각 정부마다 저마다 뉴딜을 발표했습니다. 한국형 뉴딜(노무현), 한국판 뉴딜(이명박), 스마트 뉴딜(박근혜) 등 이름도 비슷비슷합니다. 심지어 내용도 유사합니다. 그린뉴딜은 이명박 정부 녹색뉴딜에서, 디지털 뉴딜은 박근혜 정부 스마트뉴딜에서 이름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전문가는 “내용은 그대로 두고 제목만 박근혜 정부로 바꿔치기하더라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알맹이에 비해 포장지가 너무 거창하다는 것 역시 공통점입니다. 하나같이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책 성격을 못벗어납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발국가의 산업정책이라는 한국의 오랜 전통에 기초한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산업정책, 성장정책”이라면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과거 개발국가의 정책을 답습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에 비해 사회개혁을 위한 목표는 퇴보했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투자계획은 물론이고 2012년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 기획조차 뒤로 밀렸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극복을 명분삼았지만 정작 공공의료 확대와 의료인력 강화 계획은 빠졌습니다. 감염내과 전문 의사가 태부족한 현실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전문의가 없는 병원과 디지털로 협진하겠다’고 답하는 뉴딜. 다음 정부에선 어떤 뉴딜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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