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위기론은 꽤 오래된 얘기다.
미국의 경우 지역신문 폐간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언론학계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한국은 좀 독특하다. 종이신문의 위기론은 익숙하다못해 식상한 얘기다. 인쇄 비용은 늘어나다보니 인쇄 비용조차 부담이 커진다. 신문지국조차 줄어드니 신문 배송도 어려움을 겪는다. 더 나아가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신문을 돈내고 구독하는 독자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미스테리는 그런 속에서도 신문 숫자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신문이 많다고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역에 신문이 어느 정도 있어야 지역 여론 다양성이 잘 구현된다고 할 수 있을까. 강원도 지역 일간지는 2개다. 전북은 15개가 있다. 인구는 비슷한데도 지역신문시장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전북은 강원도보다 지역 공론장이 더 활성화 돼 있는가. 허찬행(건국대 겸임교수)은 “회의적인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건 2021년 7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ABC 활용을 중단한 것이다. 정부광고 매체로서 신문사의 ABC 가입의무가 없어지면서 신문사 독자 규모를 비롯한 유통부수를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저널리즘학연구소 월례발표회에서 허찬행은 지역신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광고 현황에 주목했다.(발표회는 5월26일에 열렸다)
지역신문 조사를 하려면 신문 실물을 구해야 한다. 문제는, 일단 신문 확보부터가 쉽지 않다. 판매처를 찾기도 만만치 않고 pdf판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신문도 있지만 실제 인쇄했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신문을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역시 관공서이지만 관공서 접근 자체가 썩 쉽지는 않다. 허찬행은 신문 발송에 종사하는 사람의 도움을 얻어 2023년 7월 24~28일까지 1주일간 발행된 전북지역 15개 지역일간신문을 모두 확보해 광고유형을 분석했다.
허찬행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를 보자. 상업광고 비율이 42.6%, 정부광고 비율이 12.6%, 공익캠페인이 29.4%, 자사광고가 15.3%였다. 허찬행은 “의외로 상업광고보다 자체적인 공익광고, 신문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료광고 비중이 높았다”면서 “다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광고인지 자체캠페인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문 자체 광고를 제외한 유료광고만 놓고 보면 상업광고가 평균 77.1%, 정부광고가 평균 22.9%였다.
허찬행은 “광고를 싣지 못하면 기사로 채워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으니까 어쨌든 광고를 실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공익캠페인이나 자사광고로 ‘때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신문의 주요 재원인 상업광고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에 실린 광고 자체가 광고료와 무관한 이른바 ‘대포광고’일 가능성, 광고료가 아니라 관공서를 통한 별도의 회계로 처리됐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허찬행의 연구는 지역일간지 시장에 존재하는 ‘지하경제’의 한 양상을 드러낸 것일까.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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