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학교 2강] 인권의 역사
한상희 건국대 교수 강의
2005/4/20
인권연대가 인권문제에 관심 있는 회원, 일반 시민들에게 인권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준비한 제2기 인권학교가 4월 12일부터 시작됐다. "인권의 이해와 실천"이라는 주제를 내건 제2기 인권학교는 7번의 강의를 통해 전문적인 인권학자, 인권운동가로부터 강의와 질의 응답,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강좌는 별도 접수를 통해 1박 2일 동안 합숙 교육을 하며 이때는 한국 사회 인권현안에 대한 집중교육이 있다.
신(神)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를 발견하면서 인권은 태어났다. 그럼 인권에서 말하는 인간은 단순한 개인인가 아니면 공동체 구성원인가, 그것도 아니면 프롤레타리아인가. 인간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인권담론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개인을 강조하는 쪽에게는 재산권이나 자유권이 중요하지만 집단을 강조하는 쪽에게는 사회권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게 된다. 인권역사에서 등장한 다양한 이론이 여기서 갈라진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런 면에서 “인권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담론이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태동기인 16-18세기가 되면 로크 유형의 부르주아 인권담론이 나타난다. 이 시기 인권은 재산과 교양과 여유를 가진 부르주아들을 위한 자유였다. 인신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 개념이 발전한다. 18-19세기 들어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재산권이 신성불가침으로 자리 잡게 된다. 미국식 헌법담론이 완성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다.
세계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투표권은 갖고 있지만 재산은 없는 사람들이 정치 영역에서 자기주장을 내기 시작한다. 재산권에 바탕을 둔 자유권과 사회권이 대립했다. 결국 1919년 바이마르 헌법은 “모든 인간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와 “재산권 행사는 사회공공복리에 종속된다”고 규정한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자유권과 사회권을 통합하고자 한 결과물이었다. 한 교수는 여기서 영미식 인권담론과 대륙식 인권담론의 차이를 말한다. “영국과 미국은 자유권 중심이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은 지금도 공동체 담론이 남아있다. ‘홀로코스트는 전설’이라는 주장을 펴는 어떤 사람은 미국에선 자유롭게 활동했지만 독일에선 곧바로 추방됐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독일은 공동체적 기본가치를 중시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인권선언을 만들 때 선진국들은 자유권(A규약)과 사회권(B규약)을 떼어 놓기를 바랐다. 선진국들은 자유권을 강조했다.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자유권을 들이밀어 내정간섭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자유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권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도 자유권과 사회권의 대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인권담론이 나타난다. 평화권, 발전권, 연대권 등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 담론을 1세대(자유권), 2세대(사회권)에 이은 ‘3세대 인권’으로 규정한 한 교수는 “평화권, 발전권, 연대권 세 가지는 결국 하나”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개인에게 떠맡겨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 국가의 모습, 환경을 같이 보면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의무를 생각하는 인권”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과거엔 인권을 법이라는 잣대로 봤지만 점차 인권을 윤리라는 잣대로 보려는 노력이 강해진다”며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는 연대의식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4월 20일 오후 15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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