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대관업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로비 혹은 민원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리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공공대관업무란 시민들이 공공성을 높이는 법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까지 포괄하는 활동이다. 입법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아이호퍼’를 창업한 박선춘 대표는 일부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이익단체에서 독과점하는 공공대관업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한 플랫폼을 제시한다.
박 대표는 5일 인터뷰에서 “입법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법안 통과가능성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통해 대기업이나 대형 기관이 독점하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입법 관련 공공대관업무(GRM) 분야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으로 모든 입법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분석하는 ‘아크로 호퍼’, 국회 제출 법안의 통과가능성을 예측하고 SWOT분석까지 제공하는 ‘아폴로 호퍼’, ‘소셜데이터를 분석해 여론 동향까지 분석하는 ’오딘 호퍼‘ 등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4월 공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1주일 전만 해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던 고위공무원이었다. 정년퇴직을 5년 이상 남겨놓고 지난해 12월 31일 사표를 내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박 대표는 “솔직히 나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해서 걱정이 없었는데 아내를 설득하는데 1년 이상 걸렸다”고 귀띔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함께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도 부설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인공지능과 공공대관업무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갖게 된 건 5년전 주미대사관 파견근무 당시 인공지능으로 전세계 법률과 정책을 분석하고 법안의 의회통과가능성까지 예측하는 정치 스타트업인 피스컬노트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 때문이다. 박 대표는 “피스컬노트 이후 로비스트에 포획된 미국 의회가 좀 더 투명해지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피스컬노트를 접한 이후 인공지능 등을 공부하면서, 세계 최초로 특허 등록된 AI 기반의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가능성 예측 알고리즘 등을 발명했고, 젊고 우수한 개발자와 전문가들 위주로 팀 빌딩을 모색했습니다. GRM 시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아이호퍼의 기술력이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박 대표는 “데이터 개방 수준을 보면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위, 한국이 1위인 것에서 보듯 입법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발전 가능성은 한국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공지능 전문가도 많고 법률 전문가도 많지만 나와 이 교수처럼 입법분야까지 함께 아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면서 “우리가 내놓는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독과점시장인 입법과정을 투명하고 저비용인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바뀌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입법 GRM 시장은 불투명성, 불확실성, 불공평성이라는 뿌리 깊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국정감사 대응을 위해 대형 로펌과 거액의 계약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아이호퍼 플랫폼을 이용하면 시간, 비용, 노력이 획기적으로 절감됩니다. 그렇게 되면 높은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대형기관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GRM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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