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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하려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한반도-동아시아

by betulo 2007. 3. 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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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하려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이라크인 3명, 이라크 상황 증언
2003/11/24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이라크에 파병하려면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와라. 그것도 한시적으로"



이라크인 세 명이 파병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라크반전평화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24일 국회귀빈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라크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 세 명은 리야드 아지즈 하디(Riyadh Aziz Hadi) 바그다드대학 정치학부 학장, 살람 알 자부리(Salam al-Jaburi) "이라크 투데이" 기자, 아말 후세인(Amal Husein) 중학교 2학년 학생 등이다.



이들을 직접 초청한 한상진(평화운동가)씨는 "이라크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살람은 기자·수니파 무슬림, 아말은 여학생·시아파 무슬림, 리야드는 교수이다.



이들은 한국이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한다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와야 이라크인들에게 환영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람은 "한국인들이 이라크에서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 유감"이라며 "도움은 좋지만 전쟁과 관련있는 건 싫다"고 밝혔다. 아말은 "한국군이 이라크에 오는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군이 전투병이 아니라 이라크군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야드 교수는 아말의 말에 동의하며 "이라크군을 훈련시키는 구실로 왔으면 좋겠다. 그런 목적이라면 환영한다"이라고 말했다. 리야드 교수는 "만약 외국군 주둔이 꼭 필요하다면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와서 재건과 치안을 맡아달라"고 말하며 "그것만이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와 함께 "유엔 평화유지군이라 하더라도 숫자나 규모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 외의 방안은 반대"한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군이 유엔군 산하 교육부대로 파병될 경우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안받을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살람은 "미국군은 이라크인들을 주거지에서 내쫓고 그곳에 주둔한다"며 "한국군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공격을 안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람은 그러면서도 "테러는 무작위로 벌어지기 때문에 어떤 외국군이라도 테러 위험은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라크의 상황에 대해 무척이나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살람은 "이라크인들은 현재 거대한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군들이 집안에 있는 사람도 죽이는 경우가 있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살람은 "미국이 처음 이라크에 올 때는 재건과 민주주의를 약속했지만 민간인을 죽이고 파괴만 할 뿐 재건은 안 한다"며 미군을 성토했다. 아말은 "이라크에 안전한 곳이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장처럼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것을 이라크인들이 환영하고 현상황을 민주정부 수립 과정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살람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살람은 "점령 초기 미국이 16일 동안 터키 쪽 송유관을 통해 이라크의 석유를 훔쳐갔다"고 말하면서 "민주주의 때문이 아니라 석유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살람은 "사담 후세인이 철권통치를 해서 인심을 많이 잃기는 했지만 처음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며 "후세인은 이라크의 안정을 이룬 면에선 지금보다 나았다"며 "지금은 이라크에 대통령이 26명이나 된다"고 이라크의 현 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살람은 "후세인 통치 때나 지금이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살람은 자신이 겪은 미군의 언론탄압을 예로 들었다. 미군 탱크가 민간인 차와 충돌해 이라크 여자가 죽었는데 미군은 보도를 못하게 막았다는 것이다. 살람은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하자 미군들이 그와 사진기자, 거기다 택시운전사까지 수감했으며 사진을 비롯한 취재수첩을 가져가 버렸다고 증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크리스챤 사이언스에 일기를 게재해서 "이라크의 안네 프랑크"라는 얘기를 들었던 아말 후세인이 함께 했다. 13살 소녀인 아말은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전쟁을 해방전쟁으로 알지만 사실은 파괴전쟁이란 걸 알리기 위해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아말은 "이라크에선 대여섯살 된 어린이가 죽고 노인이 죽는다"며 "파괴당한 가정과 처참한 파괴의 현장 등 전쟁의 처참함을 일기에 담았다"고 밝혔다. 아말은 이라크 상황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라크에 안전이란 없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이 이라크 전체의 여론을 대변한다는 질문에 대해 살람과 리야드 교수의 의견은 엇갈렸다.



먼저 살람은 "우리 세 사람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말은 학생·시아파이며, 살람은 청년·기자·수니파이고, 리야드 교수는 정치학자"라는 것이다. 또 "이들 모두 어떤 정당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말은 "이라크의 모든 정당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뜻을 전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야드 교수는 "살람과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리야드 교수는 "우리는 단지 이라크의 여론을 전해줄 수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당에 대해서도 "이라크의 정당 가운데는 친미정당도 있지만 민족주의 정당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조사단이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리야드 교수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당시 공격은 외국인 거주 호텔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한국인에 대한 공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식의 공격으로 인해 많은 민간인들도 죽는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3년 11월 24일 오전 11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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