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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가 보여주는 조세정책의 '큰 구멍'

예산생각

by betulo 2018. 1. 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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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공평과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이어 올해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개혁,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주택임대소득과세 적정화 등 다양한 세제개편이 정책의제에 올랐다. 증세 문제는 집권여당에게 악재라는 인식도 옛 이야기가 됐다.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서 극명히 드러났듯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2018년도 경제정책방향’은 올해 정부가 세제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공평과세 및 세입기반 확충에 역점을 두는 세제개편 추진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적정화하고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 방안 검토”라는 구절이 눈에 띈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공평과세”라는 이름으로 증세 방향을 명확히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돼 버린 양극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양극화, 즉 불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장 자주 거론하는 것이 지니계수다. 0이면 완전평등이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를 나타낸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2017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5년 0.354, 2016년 0.357로 OECD 35개 회원국 평균(0.317, 2015년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 지니계수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한국 불평등 수준은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0.274)이나 핀란드(0.260), 덴마크(0.256)은 물론이고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 그리스(0.339)나 스페인(0.344)보다도 심각한 상황인 셈이다. 한국보다 지니계수가 높은 나라는 멕시코(0.459), 칠레(0.454), 터키(0.398), 미국(0.390), 리투아니아(0.381), 영국·이스라엘(0.360) 정도에 불과하다. 


 지니계수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중요한 함의가 숨어있다. 세금이나 사회 복지 등을 통해 재분배 기능이 강한 나라는 시장소득(세전 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와 소득 재배분 후에 측정한 지니계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 나라의 소득재분배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한국은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5년 0.396, 2016년 0.402였다. OECD 평균(0.472, 2015년 기준)과 비교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지니계수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장소득만 놓고 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국가에 속한다. 심지어 북유럽 복지국가보다도 더 평등하다. 하지만 조세와 복지수준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현실에선 극도로 불평등한 국가가 돼 버린다. 대체로 총조세수준이 낮고, 비과세감면이 많고, 조세 자체에 역진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복지확대를 위해서, 그리고 소득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증세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매우 양호한 재정건전성 수준과 상대적으로 낮은 조세부담률 때문에 증세 여력이 매우 큰 국가로 꼽힌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5.3%다. OECD 평균은 34.3%로 1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게다가 정부로선 매우 다행스럽게도 증세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은 현재 매우 높은 편이다.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 여부가 정부 신뢰와 긴밀히 연동된다는 점과 아울러 복지확대와 양극화 해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해 7월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지지하는 여론이 85.6%(매우 찬성 71.6%, 찬성하는 편 14.0%)’나 됐다(여기를 참조). 2015년 2월 당시 ‘증세를 하지 않고 복지수준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46.8%로 ‘국가재정과 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34.5%)보다 12.3% 포인트 더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여기를 참조). 



 ‘공평과세’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고 필요성도 크다. 문제는, 이른바 ‘부자증세’만으론 충분한 세입증대 효과를 거둘 수 없는데 비해 ‘보편증세’에 대한 지지 여론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대다수 국민들은 ‘유리지갑’인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가 세금을 더 적게 낸다고 생각하는게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상위소득 계층에선 임금근로자가 부담이 더 많지만 광범위한 근로소득공제 등 영향으로 중간소득 계층은 자영업자의 소득세 부담이 다소 많지만 ‘우리만 더 낸다’는 인식은 뿌리깊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자든 임금근로자든 모두가 소득세 자체를 적게 낸다는 점이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1단계는 부자증세, 2단계는 소득세 면세자 축소 등 누진적 보편증세, 3단계는 사회보장세 신설, 4단계는 부가가치세 확대 등 단계적 증세 로드맵을 제안한다. 그는 “모두가 세금을 더 내고 부자는 더 많이 내야 한다”면서 “20~30년에 걸친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자증세 서민감세’로는 한국 조세제도의 고질적 문제를 개혁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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